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97
어제:
183
전체:
5,021,281

이달의 작가
2008.05.10 09:21

흐린 날

조회 수 296 추천 수 2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흐린 날


                                                                                                                이 월란




문을 나섰다. 날이 흐리다. 온 세상이 엎드려 울먹이고 있나. 무엇인가 지워지고 있을까. 무엇인가 손상되고 있을까. 무엇인가 더럽혀지고 있을까. 초가을 유타는 열병으로 석달을 못 채운 만년설 다시 부르고, 저 높은 흰 눈 속엔 초근목피의 생약같은 아라한들의 발자국 있을 것 같아. 지는 단풍보다 성긴 눈 지상으로 먼저 내려와도 길들은 환하게 제 몸을 열겠지. 그럼 난 온종일 눈밭을 걸어야지. 그래야지. 준비 없이도 소리 없이 눈 맞은, 저 범상치 않은 길 속으로. 해갈을 꿈꾸던 내 안에 사막 한 뼘씩 자라고 있다고, 날빛 아래서도 난 이제 나를 믿지 않기로 했는데. 누렇게 진 잎 위에 정신 놓듯 슬쩍 놓고 온 저것들을...... 흐린 날 문을 열고 나서는건 말줄임표로 걸어가는 것...... 이렇게...... 여섯 개의 점......으로


                                       2007-09-2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 영시 The Case of a Missing Postman 이월란 2016.08.16 54
30 영시 A Mist and a Virus 이월란 2016.08.16 54
29 공항 가는 길 이월란 2021.08.16 53
28 야경 찍는 법 이월란 2021.08.16 53
27 영시 Wolran Lee 1 이월란 2016.08.16 53
26 영시 Yearning 이월란 2016.08.16 51
25 영시 A Dispute About Plagiarism 이월란 2016.08.16 50
24 영시 The Key 이월란 2016.08.16 48
23 영시 The Shade 이월란 2016.08.16 48
22 영시 Tour Guide 이월란 2016.08.16 47
21 영시 The Soul Card 이월란 2016.08.16 47
20 영시 A Bird 이월란 2016.08.16 47
19 영시 Dead End 이월란 2016.08.16 47
18 시평 백남규 평론 이월란 2016.08.15 47
17 영시 The Second Language 이월란 2016.08.16 46
16 상상임신 4 이월란 2021.08.16 44
15 영시 A Negro 이월란 2016.08.16 44
14 영시 Island 이월란 2016.08.16 44
13 영시 The Island of Language 이월란 2016.08.16 44
12 영시 A Dead Language 이월란 2016.08.16 43
Board Pagination Prev 1 ...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