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85
어제:
286
전체:
5,023,674

이달의 작가
2008.05.10 09:49

Dexter

조회 수 248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Dexter


                                                                                                       이 월란




Dexter 는 눈이 마주치거나, 안아주거나, 만져줄 때마다 몇 마디씩 말을 한다. 그 원시적인 언어의 장단과 고저, 톤에 따라 내 마음대로 이해해 버린다. 그의 언어를 알아 들을 수 없다는건 얼마나 다행인가. <컴퓨터만 끌어 안고 있지 말고 나랑 놀아주세요, 난 아주 심심해요> 그렇게 몇 번 칭얼댔다간 바로 미아보호소로 보내버릴테니까.


두통이나 복통에 시달리고 있다거나, 불면증이 왔다거나 하는 그런 소통조차 불가능하지만, <잠이 와요> <놀고 싶어요> <안아 주세요> <배가 고파요> <기분이 좋아요> 이상, 5가지의 언어만으로도 끝끝내 사랑 주고 사랑 받는, 얼마나 근사한 관계인가.


Dexter 는 내가 심심할 때만 같이 놀아 주고, 내가 안고 싶을 때만 안기고, 내가 바쁠 때는 찍 소리도 말고 차려놓은 살림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고스란히 죽여주면 되는 것이다. 주는대로 먹고, 제자리에 싸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완벽한 사랑의 대상. 우린 그런 Dexter 같은 사람은 없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현명하게 <외로움>을 선택한, 24시간 진정한 사랑만 부르짖는 고매한 인간들이다.  


이혼한 와이프, 별거 중인 남편, 토라져 냉전 중인 애인, 원수가 되어버린 친구, 남보다도 못한 형제자매,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자식을 둔 사람들도 강아지나 고양이와는 그들이 죽어 나자빠질 때까지 닦아주고, 씻겨주고, 이뻐하며 애지중지 잘도 같이 산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말은 <Yes>나 <No>도 아닌 <멍멍!!>이나 <야옹~> 뿐이니까.


방사선 앞에서 생식을 도난당한 성대 잃고 거세된 불비(不備)의 작은 연골, 당신 손가락 하나에 패대기를 당해도, 완애(玩愛)의 환희와 기쁨으로 살쪄 날뛰는 금수의 사랑, 해보셨나요?  
                                                                        
                                                                                                    2007.9.27



* Dexter : 며칠 전부터 동거 중인 아기고양이의 이름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1 견공 시리즈 엄마 엄마 나 죽거든 (견공시리즈 119) 이월란 2012.04.10 442
1370 견공 시리즈 견생무상 (견공시리즈 118) 이월란 2012.04.10 339
1369 젊은 영감 이월란 2012.04.10 243
1368 영문 수필 Arrangement 이월란 2012.04.10 2325
1367 영문 수필 One Day, Poetry Came to Me 이월란 2012.04.10 252
1366 영문 수필 Girl, Interrupted by Susanna Kaysen 이월란 2012.04.10 230
1365 영문 수필 Oncoming Traffic 이월란 2012.04.10 167
1364 영문 수필 David Oshinsky Lecture 이월란 2012.04.10 215
1363 영문 수필 Arun Gandhi:Exploration of Non-Violence 이월란 2012.04.10 160
1362 영문 수필 Reflection of Service Learning 이월란 2012.04.10 237
1361 영문 수필 The Giver 이월란 2012.04.10 242
1360 영문 수필 Reflection of Without Pity 이월란 2012.04.10 214
1359 영문 수필 Could a Blind Person Drive a Car? 이월란 2012.04.10 339
1358 영문 수필 Willowbrook 이월란 2012.04.10 212
1357 영시집 Flying Roads 이월란 2012.04.10 265
1356 영시집 Airport Terminal 2 이월란 2012.04.10 307
1355 영시집 The Time of the Cemetery 이월란 2012.04.10 234
1354 빛의 판례 이월란 2012.02.05 420
1353 제3시집 이월란(移越欄) 이월란 2012.02.05 544
1352 포옹 이월란 2012.02.05 318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