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87
어제:
176
전체:
5,020,888

이달의 작가
2008.05.10 09:49

Dexter

조회 수 248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Dexter


                                                                                                       이 월란




Dexter 는 눈이 마주치거나, 안아주거나, 만져줄 때마다 몇 마디씩 말을 한다. 그 원시적인 언어의 장단과 고저, 톤에 따라 내 마음대로 이해해 버린다. 그의 언어를 알아 들을 수 없다는건 얼마나 다행인가. <컴퓨터만 끌어 안고 있지 말고 나랑 놀아주세요, 난 아주 심심해요> 그렇게 몇 번 칭얼댔다간 바로 미아보호소로 보내버릴테니까.


두통이나 복통에 시달리고 있다거나, 불면증이 왔다거나 하는 그런 소통조차 불가능하지만, <잠이 와요> <놀고 싶어요> <안아 주세요> <배가 고파요> <기분이 좋아요> 이상, 5가지의 언어만으로도 끝끝내 사랑 주고 사랑 받는, 얼마나 근사한 관계인가.


Dexter 는 내가 심심할 때만 같이 놀아 주고, 내가 안고 싶을 때만 안기고, 내가 바쁠 때는 찍 소리도 말고 차려놓은 살림들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혼자만의 시간을 고스란히 죽여주면 되는 것이다. 주는대로 먹고, 제자리에 싸고,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완벽한 사랑의 대상. 우린 그런 Dexter 같은 사람은 없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현명하게 <외로움>을 선택한, 24시간 진정한 사랑만 부르짖는 고매한 인간들이다.  


이혼한 와이프, 별거 중인 남편, 토라져 냉전 중인 애인, 원수가 되어버린 친구, 남보다도 못한 형제자매, 애물단지가 되어버린 자식을 둔 사람들도 강아지나 고양이와는 그들이 죽어 나자빠질 때까지 닦아주고, 씻겨주고, 이뻐하며 애지중지 잘도 같이 산다. 그들이 할 수 있는 말은 <Yes>나 <No>도 아닌 <멍멍!!>이나 <야옹~> 뿐이니까.


방사선 앞에서 생식을 도난당한 성대 잃고 거세된 불비(不備)의 작은 연골, 당신 손가락 하나에 패대기를 당해도, 완애(玩愛)의 환희와 기쁨으로 살쪄 날뛰는 금수의 사랑, 해보셨나요?  
                                                                        
                                                                                                    2007.9.27



* Dexter : 며칠 전부터 동거 중인 아기고양이의 이름






            
?

  1. 바람의 길 3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64
    Read More
  2. 마(魔)의 정체구간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80
    Read More
  3. 詩 2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90
    Read More
  4. 돌아서 가는 길은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352
    Read More
  5. 사는게 뭐래유?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87
    Read More
  6. 홍엽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318
    Read More
  7. 풍경이 건져 올리는 기억의 그물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340
    Read More
  8. 천(千)의 문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306
    Read More
  9. 노안(老眼)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45
    Read More
  10. 사용기간이 만료되어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습니다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318
    Read More
  11. 데자뷰 (dejavu)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77
    Read More
  12. 가을소묘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96
    Read More
  13. 흐린 날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96
    Read More
  14. 우린 모르니까요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318
    Read More
  15. Dexter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48
    Read More
  16. 사랑 3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55
    Read More
  17. 生의 가녘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61
    Read More
  18. 이름도 없이 내게 온 것들을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347
    Read More
  19. 가을주정(酒酊)

    Date2008.05.10 Category By이월란 Views276
    Read More
  20. 미망 (未忘)

    Date2008.05.10 Category제2시집 By이월란 Views27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