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62
어제:
307
전체:
5,024,523

이달의 작가
2008.05.10 10:02

밑줄

조회 수 270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밑줄


                                                      이 월란




책을 읽다가 밑줄 하나 긋습니다
다시 돌아와 펼쳐 볼 것도 아니지만
밑줄 하나 그어 둡니다
가슴 속에 하선(下線) 치듯
그렇게 살고 싶은, 그렇게 살고 싶게 만드는
구절 아래 잇다라 긋는 선 하나 새겨둡니다
그냥 지나치면 헐어내린 내 한 귀퉁이 마저 허물어질까
내일이란 이름으로 다가올,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첫 눈 내린 새벽길 같아
눈 감으면 보이는 내 유년의 맑은 창같아
마음의 서랍에 깊이 넣어 둔 엽서 속 필체같아
자로 그은 듯 또옥 바로 선 하나 그어 둡니다
밑줄 위에 얹어 두고 덮어지는 그 언어들이
줄 밟듯 내 삶의 길을 대신 밟아 줄 것도 아니지만
사각사각 낙엽 밞으며 지나 온 길
바람 한 점 남아 부서진 낙엽마저 쓸고 갈지라도
그저 한 줄 그어 두고 가는 것
다신 돌아올 수 없는 순간 아래 밑줄 하나
주욱 그어두고 가는 것
사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던가요

                                
                                                   2007-10-11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1 제1시집 수화(手話) 이월란 2008.05.09 409
430 각주 좀 달지마라 이월란 2009.08.13 409
429 마음의 병 이월란 2010.05.18 409
428 견공 시리즈 벙어리 시인 (견공시리즈 95) 이월란 2011.04.09 409
427 사랑의 방식 이월란 2008.05.09 410
426 미자르별이 푸르게 뜨는 날 이월란 2008.05.10 410
425 귀여운 뱀파이어 이월란 2009.12.22 410
424 영문 수필 "Mental Health Care: Convincing Veterans They Need It" 이월란 2011.05.10 410
423 제2시집 넘어지는 세상 이월란 2008.05.19 411
422 이월란 2010.07.09 411
421 제1시집 탑돌이 이월란 2008.05.07 412
420 제1시집 사명(使命) 이월란 2008.05.07 412
419 울음소리 이월란 2009.02.14 412
418 영혼, 저 너머 이월란 2010.01.29 412
417 큰 바위 얼굴 이월란 2010.05.25 412
416 저격수 이월란 2010.08.22 412
415 영문 수필 The Price of an Aging Society 이월란 2011.04.09 412
414 견공 시리즈 생일카드 (견공시리즈 117) 이월란 2012.02.05 412
413 시작노트 이월란 2009.08.01 413
412 립스틱, 내가 나를 유혹하는 이월란 2009.12.22 413
Board Pagination Prev 1 ...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