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00
어제:
379
전체:
5,021,563

이달의 작가
2008.05.10 10:03

페치가의 계절

조회 수 253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페치카의 계절


                                                           이 월란




찬바람의 피톨들이 전사처럼 창을 에워싸면
희망온도가 쾌속정을 타고 하강하는 시점
오븐에 내 고향의 흙내가 나는 고구마를 넣어 두고
둘째 아이 아기때 담요를 덮고
벽난로 앞에서 아기 고양이와 잠을 청한다
갑자기 나태해진 시간의 심지를 타고
따끈따끈 달아오르는 현실의 양볼
야생을 포기한 무정형의 순한 불길은
뒤안길 삭정이같은 기억마저 아름아름 핥아 내고
타닥타닥 마른장작 숨 끊어지는 소리
어린 날 내 어미의 가슴에 귀를 묻고 헤아리던
그 붉은 심장소리 같아
불현듯 삶이 아프다
결코 범람치 못할 불길로 내 순간을 그을리고
가버린 열상의 흔적같아
부넘기 없는 함실 아궁이처럼 곱게만 타오르는 저 불길마저
맨살에 척척 갖다 바르는
내 자폐의 습관은 누구로부터 온 것인가
아, 삶은 이렇게 따뜻한 것들이라고
권대로운 듯 외길의 방고래로 타오르는 불김같은 것들이라고
오직 새끼를 품은 어미짐승의 포만감으로
가르랑 가르랑 행복한 경련에 무비로 늘여 놓은
아기고양이 뱃가죽에 내 자폐의 두 손을 얹어 놓고
백치같은 아둔한 네발로 꿈길을 걸으리라
내 실향의 고구마를 품은 오븐의 타이머가
같이 타죽긴 싫다며 생고함을 지를 때까지만이라도

                                    
                                                          2007-10-1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71 영문 수필 Arrangement 이월란 2012.04.10 2321
1370 영문 수필 One Day, Poetry Came to Me 이월란 2012.04.10 252
1369 영문 수필 Girl, Interrupted by Susanna Kaysen 이월란 2012.04.10 230
1368 영문 수필 Oncoming Traffic 이월란 2012.04.10 167
1367 영문 수필 David Oshinsky Lecture 이월란 2012.04.10 215
1366 영문 수필 Arun Gandhi:Exploration of Non-Violence 이월란 2012.04.10 160
1365 영문 수필 Reflection of Service Learning 이월란 2012.04.10 237
1364 영문 수필 The Giver 이월란 2012.04.10 242
1363 영문 수필 Reflection of Without Pity 이월란 2012.04.10 214
1362 영문 수필 Could a Blind Person Drive a Car? 이월란 2012.04.10 339
1361 영문 수필 Willowbrook 이월란 2012.04.10 212
1360 영시집 Flying Roads 이월란 2012.04.10 265
1359 영시집 Airport Terminal 2 이월란 2012.04.10 307
1358 영시집 The Time of the Cemetery 이월란 2012.04.10 234
1357 빛의 판례 이월란 2012.02.05 420
1356 제3시집 이월란(移越欄) 이월란 2012.02.05 544
1355 포옹 이월란 2012.02.05 317
1354 약속 2 이월란 2012.02.05 331
1353 외출 2 이월란 2012.02.05 336
1352 노을 4 이월란 2012.02.05 374
Board Pagination Prev 1 ...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