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9
어제:
288
전체:
5,021,770

이달의 작가
2008.05.10 10:03

페치가의 계절

조회 수 253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페치카의 계절


                                                           이 월란




찬바람의 피톨들이 전사처럼 창을 에워싸면
희망온도가 쾌속정을 타고 하강하는 시점
오븐에 내 고향의 흙내가 나는 고구마를 넣어 두고
둘째 아이 아기때 담요를 덮고
벽난로 앞에서 아기 고양이와 잠을 청한다
갑자기 나태해진 시간의 심지를 타고
따끈따끈 달아오르는 현실의 양볼
야생을 포기한 무정형의 순한 불길은
뒤안길 삭정이같은 기억마저 아름아름 핥아 내고
타닥타닥 마른장작 숨 끊어지는 소리
어린 날 내 어미의 가슴에 귀를 묻고 헤아리던
그 붉은 심장소리 같아
불현듯 삶이 아프다
결코 범람치 못할 불길로 내 순간을 그을리고
가버린 열상의 흔적같아
부넘기 없는 함실 아궁이처럼 곱게만 타오르는 저 불길마저
맨살에 척척 갖다 바르는
내 자폐의 습관은 누구로부터 온 것인가
아, 삶은 이렇게 따뜻한 것들이라고
권대로운 듯 외길의 방고래로 타오르는 불김같은 것들이라고
오직 새끼를 품은 어미짐승의 포만감으로
가르랑 가르랑 행복한 경련에 무비로 늘여 놓은
아기고양이 뱃가죽에 내 자폐의 두 손을 얹어 놓고
백치같은 아둔한 네발로 꿈길을 걸으리라
내 실향의 고구마를 품은 오븐의 타이머가
같이 타죽긴 싫다며 생고함을 지를 때까지만이라도

                                    
                                                          2007-10-1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1 잔치국수 2 이월란 2016.09.08 231
310 제1시집 잔풀나기 이월란 2008.05.07 570
309 견공 시리즈 잠버릇(견공시리즈 47) 이월란 2009.11.16 284
308 제3시집 잠수종과 나비 이월란 2011.04.09 515
307 견공 시리즈 잠자는 가을(견공시리즈 82) 이월란 2010.10.29 382
306 제1시집 장대비 이월란 2008.05.07 527
305 제3시집 장미전쟁 이월란 2010.04.27 447
304 장사꾼 이월란 2010.03.05 401
303 장원급제 이월란 2008.05.08 360
302 재활용 파일 이월란 2012.01.17 362
301 제1시집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5.09 321
300 저격수 이월란 2010.08.22 412
299 저녁별 이월란 2008.05.10 253
298 제3시집 저녁의 내력 이월란 2015.03.30 163
297 전. 당. 포. 이월란 2008.11.17 242
296 전당포 이월란 2011.10.24 487
295 전설의 고향 이월란 2010.12.14 444
294 전화 이월란 2009.12.31 313
293 절망에게 이월란 2010.03.22 396
292 절수節水 이월란 2010.07.09 380
Board Pagination Prev 1 ... 63 64 65 66 67 68 69 70 71 72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