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8
어제:
276
전체:
5,028,662

이달의 작가
2008.05.10 10:03

페치가의 계절

조회 수 253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페치카의 계절


                                                           이 월란




찬바람의 피톨들이 전사처럼 창을 에워싸면
희망온도가 쾌속정을 타고 하강하는 시점
오븐에 내 고향의 흙내가 나는 고구마를 넣어 두고
둘째 아이 아기때 담요를 덮고
벽난로 앞에서 아기 고양이와 잠을 청한다
갑자기 나태해진 시간의 심지를 타고
따끈따끈 달아오르는 현실의 양볼
야생을 포기한 무정형의 순한 불길은
뒤안길 삭정이같은 기억마저 아름아름 핥아 내고
타닥타닥 마른장작 숨 끊어지는 소리
어린 날 내 어미의 가슴에 귀를 묻고 헤아리던
그 붉은 심장소리 같아
불현듯 삶이 아프다
결코 범람치 못할 불길로 내 순간을 그을리고
가버린 열상의 흔적같아
부넘기 없는 함실 아궁이처럼 곱게만 타오르는 저 불길마저
맨살에 척척 갖다 바르는
내 자폐의 습관은 누구로부터 온 것인가
아, 삶은 이렇게 따뜻한 것들이라고
권대로운 듯 외길의 방고래로 타오르는 불김같은 것들이라고
오직 새끼를 품은 어미짐승의 포만감으로
가르랑 가르랑 행복한 경련에 무비로 늘여 놓은
아기고양이 뱃가죽에 내 자폐의 두 손을 얹어 놓고
백치같은 아둔한 네발로 꿈길을 걸으리라
내 실향의 고구마를 품은 오븐의 타이머가
같이 타죽긴 싫다며 생고함을 지를 때까지만이라도

                                    
                                                          2007-10-1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51 히키코모리 이월란 2011.03.18 396
1650 흰긴수염고래 이월란 2010.01.04 545
1649 흙비 이월란 2010.03.22 523
1648 흔적 이월란 2008.08.28 282
1647 흔들의자 이월란 2008.05.08 559
1646 제2시집 흔들리는집 / 서문 (오세영) file 이월란 2016.08.15 115
1645 제3시집 흔들리는 집 6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아이] 이월란 2008.11.12 497
1644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643 흔들리는 집 4 이월란 2008.11.11 285
164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1641 흔들리는 집 2 이월란 2008.05.10 270
1640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1639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63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1637 흔들리는 물동이 이월란 2008.05.09 277
1636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61
1635 흐림의 실체 이월란 2008.10.24 263
1634 제3시집 흐린 날의 프리웨이 이월란 2009.09.04 378
1633 흐린 날의 악보 이월란 2021.08.16 59
1632 흐린 날 이월란 2008.05.10 2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