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0
어제:
265
전체:
5,022,424

이달의 작가
2008.05.10 10:13

꽃물

조회 수 266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물


                                                                                                                                                        이 월란




몸엣것이 차오르면, 준비된 생명이 오로지 헐어내리기 위해 정확한 날수를 채워 오르면 더불어 차오르는 것이 있다. 그런 날은 똑바로, 아주 또옥 바로 걷는다. 자칫 몸이 기울어지면 찰랑찰랑 차있던, 유리기둥같은 맨몸에 채워진 링거액이 넘쳐버릴테니까. 나신의 절벽을 타고 오르다 가장 높이 있는 두 눈에 번번이 닿지 못해 허리 아래께쯤에서 주저 앉아 흥건히 고여버린 것들. 가슴에도 못미쳐 주저 앉아버린 산기 닮은 묘한 통증


눈물도 아닌 것이 흘러내리고 싶은 그 형체 없는 것들
사랑도 아닌 것이 주지 못해 이리도 아픈 것들
이별도 아닌 것이 그립다 목이 메여오는 것들


하늘의 별같은, 해빈의 모래알같은 생명들도 모자라 반생을 흘러내리기 위해 또 저장시켜 두신 것일까. 허방을 딛기 위해 저리도 찬란히 피어오르는 것들, 떨어져 내리기 위해 미련토록 휘청, 과육을 채우는 저 우매한 열매들, 차오른 땀방울 채 마르기도 전에 지상을 되밟기 위해 저 험애한 산을 오르고 또 오르는 발길들


종족번식에 최면이 걸린 꽃방엔 달마다 산실이 차려지고 슬지 못한 허드레 생명이 촛농처럼 녹아내려도 낮아지지 않는 性, 꽃물 다 헐어내려야 지루한 장마 끝처럼 고빗사위 넘은 햇살 마저도 눈부실까. 도태되어가는 잉태의 산실, 그 꽃방 언저리에 회임의 여운이 파문처럼 일면 번식의 천성이 퇴화되어 가는 산방에 대신 차오르던, 미쳐가던 미련들


허공에 그려지는 얼굴 없는 민그림도
모빌처럼 매달리는 발성 없는 목소리도
내일 떨어져 내리더라도 달큼히 영글기 위해
저 눈부신 햇살에 아프도록 눈 맞추기 위해


난 또옥 바로 걷는다. 식솔들의 목을 적실 물동이를 이고 똬리의 꼬리를 입에 문 아낙의 걸음으로
                                                                        
                                                                                                                                               2007-10-2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51 詩 6 이월란 2009.12.15 293
1350 詩, 그 허상 앞에 이월란 2009.05.04 300
1349 詩3 이월란 2008.11.25 242
1348 詩4 이월란 2008.11.25 237
1347 제3시집 詩人과 是認 그리고 矢人 이월란 2010.01.11 380
1346 제2시집 詩똥 이월란 2008.05.10 316
1345 詩똥 2 이월란 2008.05.16 279
1344 제3시집 詩멀미 이월란 2009.01.15 269
1343 詩의 벽 이월란 2010.04.05 407
1342 詩의 체중 이월란 2009.11.25 319
1341 가나다라 천사 이월란 2013.05.24 419
1340 제2시집 가등 이월란 2008.05.10 206
1339 가방 속으로 이월란 2010.01.04 489
1338 가벼워지기 이월란 2010.04.13 406
1337 가변 방정식 이월란 2009.12.20 339
1336 가슴귀 이월란 2009.04.07 286
1335 가슴에 지은 집 이월란 2009.01.02 308
1334 가시 이월란 2010.08.08 376
1333 가시나무새 이월란 2010.03.22 390
1332 제1시집 가시내 이월란 2008.05.09 315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