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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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10:13

꽃물

조회 수 266 추천 수 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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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물


                                                                                                                                                        이 월란




몸엣것이 차오르면, 준비된 생명이 오로지 헐어내리기 위해 정확한 날수를 채워 오르면 더불어 차오르는 것이 있다. 그런 날은 똑바로, 아주 또옥 바로 걷는다. 자칫 몸이 기울어지면 찰랑찰랑 차있던, 유리기둥같은 맨몸에 채워진 링거액이 넘쳐버릴테니까. 나신의 절벽을 타고 오르다 가장 높이 있는 두 눈에 번번이 닿지 못해 허리 아래께쯤에서 주저 앉아 흥건히 고여버린 것들. 가슴에도 못미쳐 주저 앉아버린 산기 닮은 묘한 통증


눈물도 아닌 것이 흘러내리고 싶은 그 형체 없는 것들
사랑도 아닌 것이 주지 못해 이리도 아픈 것들
이별도 아닌 것이 그립다 목이 메여오는 것들


하늘의 별같은, 해빈의 모래알같은 생명들도 모자라 반생을 흘러내리기 위해 또 저장시켜 두신 것일까. 허방을 딛기 위해 저리도 찬란히 피어오르는 것들, 떨어져 내리기 위해 미련토록 휘청, 과육을 채우는 저 우매한 열매들, 차오른 땀방울 채 마르기도 전에 지상을 되밟기 위해 저 험애한 산을 오르고 또 오르는 발길들


종족번식에 최면이 걸린 꽃방엔 달마다 산실이 차려지고 슬지 못한 허드레 생명이 촛농처럼 녹아내려도 낮아지지 않는 性, 꽃물 다 헐어내려야 지루한 장마 끝처럼 고빗사위 넘은 햇살 마저도 눈부실까. 도태되어가는 잉태의 산실, 그 꽃방 언저리에 회임의 여운이 파문처럼 일면 번식의 천성이 퇴화되어 가는 산방에 대신 차오르던, 미쳐가던 미련들


허공에 그려지는 얼굴 없는 민그림도
모빌처럼 매달리는 발성 없는 목소리도
내일 떨어져 내리더라도 달큼히 영글기 위해
저 눈부신 햇살에 아프도록 눈 맞추기 위해


난 또옥 바로 걷는다. 식솔들의 목을 적실 물동이를 이고 똬리의 꼬리를 입에 문 아낙의 걸음으로
                                                                        
                                                                                                                                               2007-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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