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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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10:18

나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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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


                                                                             이 월란




나의 집은 새집이었다, 강산도 변심한다는 꼭 10년 전에
푸른 설계도가 우리들의 가슴 속에 푸른 초원처럼 펼쳐지고
땅이 파이고 기초가 놓아지고 골격이 세워지고
카페트 색깔을 고르기까지 만 4개월 동안 이틀이 멀다 하고 찾아갔었다


흰벽이 되고 회색지붕이 덮이고 10년이란 시간이 말갛게 고여있는 지금도
벌거벗은 숲같던 그 때 나무기둥들의 미로를 기억한다
깊이 파인 땅켜 아래 두 발이 쾅쾅 박혀버린 지금도


하루를 버텨낸 적막한 어느 시각쯤에선 삐그덕 찌그덕 숨소리를 낸다
아직도 귀를 맞추고 있는, 살아 있다는 그 소리
바람 잘날 없었던 숲을 기억한단다


몇 해전부터 지붕을 머리에 이고 있는 이층 침실 머리맡, 하늘 가까운 곳에
하얗게 벽을 밀어내고 있는 손가락 두 개가 보였다
지금은 5mm 쯤 튀어나와 뽀얀 페인트칠을 밀어내고 있는 못 두 개
오랜 시간 발치에서부터 올라 온 인고의 생인손


거대한 골격은 아직도 귀를 맞추고 있다
무심한 시간들을 삼키며 세밀히 가라 앉은 한 쪽 지반을
저리도 튼실히, 충실히도 버텨주고 있는 것이다
굳은 살의 삼킨 고통을 조금씩 뱉어내면서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일이란 저리도 서서히 고통을 삼켜내는 것일게다
저리도 서서히 고통을 뱉어내는 것일게다
서로의 통로를 찾아 숨결이 넘나드는 미궁을 찾아가는 것일게다
그의 맨몸에도 오돌도돌, 어둠 속에서 내게 각을 맞추고 있는 뼈마디가 만져진다


뿌리 잘리고 헐벗은 나무기둥에게도 세월은 무심히 흐르지 않는게다
서로의 맨몸을 처절히 붙들고 서 있는 무림의 숨소리가
여전히 숨결치며 각을 맞춰 버티고 있는 나의 집은
아직도 지어지고 있는, 여전히 새 집이다

                                                      
                                                                            2007-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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