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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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10:29

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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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이 월란




보드랍고도 가는 허리마다 세월의 날개를 내어
오늘을 날아왔다지
저 난바다를 지나 마른 대지로 당도했다지
거친 물살에 여기저기 부딪히고서야
젖은 몸을 눈먼 바람에 다 말리고서야
서두름 없는 기다림으로 고이만 내려 앉았다지
수평의 난간마다 저리 세월을 새겨 놓아야만 했다지
누군가 야멸차게 헐어내린 시간의 몸을
허공의 다비소마다 울음 한조각 새겨두지 못하고
들것에 흔들렸던 여린 마음들을 쓸어담아
사계절의 현란한 무늬마저 고이 탈색한 추억으로
뜨거웠던 여름과 손시린 겨울을 몰고 왔다지
고이 엉겨붙은 미진은 뒤돌아보는 그늘진 미련
티끌의 눈발 속에 꿈의 잔해가
사나웠던 그림자가 흩어진 웃음소리가 손을 놓았고
지나간 날들의 몸부림을 죽은 살갗으로 쓸어 담아
저리도 고이 챙겨 안고
이른 아침의 태양에 바싹 마른 뼈가루를 무던히도 추려내었다지
걸레질 하는 두 눈 앞에 반질반질한 새 시간을 이제 내려 놓으라
나마저 쓸어담아 흔적마저 삼켜라
속된 과거는 허공의 쳇불을 고이도 빠져나왔다지
얼마나 빨리 얼마나 천천히 내려 앉았을까
시간의 맥박을 한번쯤 짚어주렴
깊이를 몰라도 빈틈 없이 발디딘
닦아낸 그 자리에 그대로 쌓여져 내릴 우리들의 시간으로
너의 머리를, 가슴을 굽이 굽이 흐르고도
내게서 떨어져내린 기억의 몸으로

                                        
                                                               2007-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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