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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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0:31

타임래그 (timel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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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래그 (timelag)


                                                                                                                                                          이 월란




쉬어터진 목소리 하나 간간이 나를 불러주던 그 섬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지구를 빠져나온 탈주범들이 우주정거장같은 유리막 안에 잠시 기거하고 있습니다 온 세상으로부터의 면세구역, 몸 밖으로 빠져나온 병균같은 사람들은 독소를 유지하려 의자마다 눌러붙어 열심히 독을 품어내고 있습니다


넝마같은 시간들도 명품으로 고이 앉아 차례를 기다립니다 떠나온 섬과 닿을 섬의, 두 세상의 시간들을 속국의 포로처럼 포박해선 유리칸 너머에 진열해 두었습니다 과거로 날아가는 티켓은 두 섬을 잇는 화려한 궁전 안에서 성수기도 비수기도 모릅니다 잠시 공황장애가 오면 격납고에 감금되어 있는 시간들을 활주로에 잇대어 봅니다 고적한 환속의 길, 격돌하던 꿈의 비상이 소꿉질같은 기내식 밥상 앞에 합장하듯 두 손 모아
도 이렇듯 혼자이기엔 너무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난 이제 어느 섬으로든 돌아가야 합니다 처음 가 본 섬나라의 환승구역, 두 아이에게 줄  기모노와 사무라이 복장의 목각인형을 나란히 세워 놓고 모카를 마셨는데 갑자기 잠이 쏟아져 왼쪽 볼을 손수건이 깔린 탁자 위에 대고 엎드렸습니다 얄팍한 시집 안의 시인이 울면서 쓴 시인지 내 눈 속에서 그녀의 시가 녹아내려 손수건에 똑똑 떨어져내렸습니다 난 때론 그  시처럼 아프고 싶었습니다 아픈 사람들에겐 몰매 맞을 말이지만 죽을만큼 아프고나면 뒷골방에 숨어사는 정신도 화들짝 일어날 것만 같아 세상의 모든 병균들을 다 품고서도 아주 멀쩡한 육신이 버거워질 때마다 나는 몸져눕고 싶었습니다


설국으로 변해버린 고이 잠든 유타의 새벽 두 시, 벌건 대낮같은 세상이 날 노려보길래 16시간을 더했다 뺏다 더했다 뺏다 불야의 도시에 새겨 놓은 어느 간판의 이름이 허락받지 못한 가건물이라 철거되지 않기를 나는 바랍니다 간절히 바랍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나를 이제 마저 마중하러 갑니다


                                                                                                                                                       200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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