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7
어제:
223
전체:
5,028,844

이달의 작가
2008.05.10 10:51

성탄절 아침

조회 수 288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성탄절 아침


                                                                                       이 월란




아이들이 어릴 땐 그랬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갖다 놓으신 것들과 트리 아래의 선물들이 궁금해
밤새 뒤척이다 새벽같이 일어난 아이들이
잠옷바람으로 질러대는 함성 소리에 잠이 깼었다


아이들은 자랐다. 산타 할아버지는 더 이상 없다
선물들은 커버린 취향을 존중해 거의 현금이나 선물권으로 바뀌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고함치며 뛰어다닐 일들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다만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어젯 밤, 오랜만에 네 식구가 소파에서 뒹굴며
새벽 두 시까지 Transformers 와 The Bourne Ultimatum 이란 영화를 보았다
고양이를 서로 안겠다고 싸웠고, 밤새 좁은 소파에서 발싸움을 벌였다


늦은 아침, 딸아이의 노크소리가 들렸다. 선물을 갖고 들어왔다
손가락 잘린 긴 팔 패션장갑을 껴보았고 큼직한 카드에 깨알처럼 박힌
그녀의 성탄메세지를 남편에게 읽어 주었다 읽으면서 내내 울었다


남편은 열심히 프렌치 토스트를 굽고 있고
내겐 늘 폭풍이었던 그녀와 오랜만에 같이 누워
게으른 공휴일의 아침을 뒹굴었다 긴팔 패션장갑을 낀 채
내겐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다

                                                            
                                                                                   2007-12-2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1 갈증 이월란 2010.06.07 422
610 오타사죄 이월란 2010.06.07 377
609 견공 시리즈 눈빛 환자(견공시리즈 68) 이월란 2010.06.07 360
608 견공 시리즈 동거의 법칙(견공시리즈 69) 이월란 2010.06.07 690
607 강촌행 우등열차 이월란 2010.06.07 662
606 헌혈카페 이월란 2010.06.07 472
605 영문 수필 Anger Management 이월란 2010.06.12 455
604 견공 시리즈 개(견공시리즈 70) 이월란 2010.06.12 416
603 캔들 라이트 이월란 2010.06.12 416
602 식기 세척기 이월란 2010.06.12 435
601 붉은 전사 이월란 2010.06.12 456
600 클레멘타인 이월란 2010.06.12 428
599 토끼와 거북이 이월란 2010.06.12 535
598 영시집 Island 2 이월란 2010.06.18 403
597 영시집 Deserve to Die 이월란 2010.06.18 396
596 영시 The Leaning Tower of Pisa 이월란 2010.06.18 547
595 영시집 Lonely Shepherd 이월란 2010.06.18 2329
594 영문 수필 "Do You Speak American?" 이월란 2010.06.18 721
593 착각 이월란 2010.06.18 381
592 견공 시리즈 種의 기원(견공시리즈 71) 이월란 2010.06.18 422
Board Pagination Prev 1 ... 48 49 50 51 52 53 54 55 56 5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