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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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10:51

성탄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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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아침


                                                                                       이 월란




아이들이 어릴 땐 그랬었다
산타 할아버지가 갖다 놓으신 것들과 트리 아래의 선물들이 궁금해
밤새 뒤척이다 새벽같이 일어난 아이들이
잠옷바람으로 질러대는 함성 소리에 잠이 깼었다


아이들은 자랐다. 산타 할아버지는 더 이상 없다
선물들은 커버린 취향을 존중해 거의 현금이나 선물권으로 바뀌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고함치며 뛰어다닐 일들은 이제 어디에도 없다


다만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어젯 밤, 오랜만에 네 식구가 소파에서 뒹굴며
새벽 두 시까지 Transformers 와 The Bourne Ultimatum 이란 영화를 보았다
고양이를 서로 안겠다고 싸웠고, 밤새 좁은 소파에서 발싸움을 벌였다


늦은 아침, 딸아이의 노크소리가 들렸다. 선물을 갖고 들어왔다
손가락 잘린 긴 팔 패션장갑을 껴보았고 큼직한 카드에 깨알처럼 박힌
그녀의 성탄메세지를 남편에게 읽어 주었다 읽으면서 내내 울었다


남편은 열심히 프렌치 토스트를 굽고 있고
내겐 늘 폭풍이었던 그녀와 오랜만에 같이 누워
게으른 공휴일의 아침을 뒹굴었다 긴팔 패션장갑을 낀 채
내겐 가장 행복한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다

                                                            
                                                                                   200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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