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새

by 이월란 posted May 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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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


                                                               이 월란




너무 많은 마지막을 생각 없이 보내고 만다


하루의 마지막을
한 주의 마지막을
한 달의 마지막을
한 해의 마지막을


알 수 없는 마지막을 연습하라 준비하라
구비고은 세월의 관절마다 허공같은 사춤들


헛장처럼 지나가버린 날들이여
두 발로 밟아온 걸음조차 서러워라
두 입술로 뱉어 놓은 언어들조차 안타까워라
화려한 거짓으로 초라한 진실을 삼켜버린 가슴조차 아름다워라


새벽 눈길 홀로 걷는 발길로 사무쳐오네 새 날이여
자정의 적막 걷어내는 손길로 무리져오네 새 순간들이여
세밑에 엎드린 가슴마다 슬슬한 회한
한댕이는 살사리꽃같은 생심마다 살갑게 여무는 꿈


마지막 다음엔 처음이 오네
미련 서린 발자국 위에 첫 눈이 내리네
아직 본적 없는 새 날이 옛날인 듯 시침떼고 다가오네
마지막과 새 날의 영원같은 틈새 사이로
                                            
                                                               2007-12-31



* 구비고은 : 구비가 아름다운
* 살사리꽃 : ‘코스모스’의 우리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