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월란 posted May 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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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월란




사는 것이 사는 것같지 않던 날
엄마는 홑이불을 뒤집어쓰고 울다 울다
일어나 머리를 질끈 묶었습니다
선짓덩어리 같았던 우리 아기
배 곯을까
박박 문질러 쌀을 씻고
부연 뜨물 눈물처럼 떠내려 보내고
엄마는 하얗게 하얗게 밥을 지었습니다
남새밭에 버려진 푸성귀까지 알뜰히
다듬어 자배기 가득가득 밥상을 차리면
다 자란 우리 아기 꼭꼭 씹어
백설기같은 하얀 밥을 삼킵니다
사는 것이 사는 것 같지 않던 삶이
쫀득한 밥알처럼 하얗게 삼켜집니다
사는 건 이렇게 삼켜지는 것이었습니다
하얗게 삼켜지고
하얗게 삭아드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2008-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