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1
어제:
176
전체:
5,020,822

이달의 작가
2008.05.10 11:15

패디큐어 (Pedicure)

조회 수 328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패디큐어 (Pedicure)


                                                                    이 월란




우울한 날엔 패디큐어를 해요
속눈썹이 두 배로 길어보이게 하기 위해 10분을 투자하는 것처럼
늙어가는 육신, 포기할 줄 모르는 무시무시한 집념으로
우울한 날엔 패디큐어를 해요
신발 밑창에 코를 박고 변덕이 죽 끓듯하는
마음따라 육중한 몸뚱아리 배달다니기에 바빴던
내 육신의 땅끝마을로 가요
열개의 갈라진 포구마다 꽃을 심죠
절망의 순간들이 단단히 굳어버린 살
숨기고 싶은 일상의 각질을 다듬어요
잊었던, 지나쳤던 마음의 찌끼들이 거기 모여 있답니다
해져가는 생의 뒤꿈치를 꿰매죠
<발톱엔 강렬한 색상을 바르세요>
이제 막 시판이 시작된 청량음료같은 그녀의 목소리
손톱에 꽃을 놓고 수를 놓고 싶어 10년 두드리던
피아노를 걷어차버린 그녀를 이젠 미워하지 않아요
그래도 우울한 날엔 패디큐어를 해요
외면했던 족지갑 속에 흑장미도 심고 봉숭아도 심어요
펄로 반짝이는 에나멜
몸끝에 아름다운 제국 하나 건설했죠
온종일 꽃을 밟고 다니죠, 가시는 없어요
꽃내음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죠
맨발로 아무리 뛰어다녀도 아무도 이쁘다고 하질 않아
고양이를 붙들고 자랑을 하다가
텔레비전에 정신을 박고 있는 그 남자에게 가요
두 발을 가지런히 모아 그 남자의 코 앞에 들이대죠
<내 발꼬락들 넘넘 이쁘지?>
그 남잔 말하죠, 손에 눈이 달렸는지 눈은 텔레비전에 있는데
그 남자의 손이 말하죠
<응, 넘넘 이뻐>

                                        
                                                             2008-01-1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1 영문 수필 Jesus on the Elevated Status of Poverty and the Condemnation of Wealth 이월란 2013.05.24 145
1530 영문 수필 Statue of Liberty 이월란 2013.05.24 148
1529 영문 수필 The Ones Who Walk Away from Omelas 이월란 2013.05.24 148
1528 영문 수필 "Johnny Got His Gun" 이월란 2014.05.28 151
1527 영문 수필 So Mexicans are Taking Jobs from Americans 이월란 2013.05.24 159
1526 영문 수필 Arun Gandhi:Exploration of Non-Violence 이월란 2012.04.10 160
1525 시평 정호승 시평 이월란 2016.08.15 160
1524 영문 수필 Gambling Industry Money Is Streaming Into Albany 이월란 2013.05.24 161
1523 제3시집 저녁의 내력 이월란 2015.03.30 163
1522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표4글, 시인의 말 file 이월란 2016.08.15 164
1521 영문 수필 Fun Home 이월란 2013.05.24 165
1520 영문 수필 Oncoming Traffic 이월란 2012.04.10 167
1519 영문 수필 The Allegory of the Matrix 이월란 2012.05.19 168
151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 해설 (임헌영) file 이월란 2016.08.15 168
1517 영시 The History of Evening 1 이월란 2016.08.16 169
1516 영문 수필 Legitimacy of Animal Experimentation 이월란 2013.05.24 171
1515 영문 수필 The Conundrum of Consumption 이월란 2013.05.24 172
1514 영문 수필 Divine Comedy 이월란 2013.05.24 172
1513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월란 2014.10.22 172
1512 부음 1 이월란 2015.09.20 174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