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6
어제:
1,016
전체:
5,019,931

이달의 작가
2008.05.10 11:15

패디큐어 (Pedicure)

조회 수 328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패디큐어 (Pedicure)


                                                                    이 월란




우울한 날엔 패디큐어를 해요
속눈썹이 두 배로 길어보이게 하기 위해 10분을 투자하는 것처럼
늙어가는 육신, 포기할 줄 모르는 무시무시한 집념으로
우울한 날엔 패디큐어를 해요
신발 밑창에 코를 박고 변덕이 죽 끓듯하는
마음따라 육중한 몸뚱아리 배달다니기에 바빴던
내 육신의 땅끝마을로 가요
열개의 갈라진 포구마다 꽃을 심죠
절망의 순간들이 단단히 굳어버린 살
숨기고 싶은 일상의 각질을 다듬어요
잊었던, 지나쳤던 마음의 찌끼들이 거기 모여 있답니다
해져가는 생의 뒤꿈치를 꿰매죠
<발톱엔 강렬한 색상을 바르세요>
이제 막 시판이 시작된 청량음료같은 그녀의 목소리
손톱에 꽃을 놓고 수를 놓고 싶어 10년 두드리던
피아노를 걷어차버린 그녀를 이젠 미워하지 않아요
그래도 우울한 날엔 패디큐어를 해요
외면했던 족지갑 속에 흑장미도 심고 봉숭아도 심어요
펄로 반짝이는 에나멜
몸끝에 아름다운 제국 하나 건설했죠
온종일 꽃을 밟고 다니죠, 가시는 없어요
꽃내음이 온 집안을 휘젓고 다니죠
맨발로 아무리 뛰어다녀도 아무도 이쁘다고 하질 않아
고양이를 붙들고 자랑을 하다가
텔레비전에 정신을 박고 있는 그 남자에게 가요
두 발을 가지런히 모아 그 남자의 코 앞에 들이대죠
<내 발꼬락들 넘넘 이쁘지?>
그 남잔 말하죠, 손에 눈이 달렸는지 눈은 텔레비전에 있는데
그 남자의 손이 말하죠
<응, 넘넘 이뻐>

                                        
                                                             2008-01-1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1 투명한 거짓말 이월란 2008.10.11 250
150 투어가이 이월란 2010.12.26 442
149 틈새 이월란 2008.05.10 282
148 제1시집 파도 이월란 2008.05.09 292
147 파도 2 이월란 2008.05.10 238
146 파이널 이월란 2011.05.10 261
145 제1시집 파일, 전송 중 이월란 2008.05.09 369
144 판게아 이월란 2011.04.09 416
143 판토마임 이월란 2008.05.08 405
142 팔찌 이월란 2010.02.15 384
141 제2시집 팥죽 이월란 2008.05.10 222
» 패디큐어 (Pedicure) 이월란 2008.05.10 328
139 퍼즐 이월란 2009.04.21 289
138 제3시집 페르소나 이월란 2009.08.01 449
137 제3시집 페르소나(견공시리즈 73) 이월란 2010.06.28 375
136 제1시집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월란 2008.05.09 344
135 페치가의 계절 이월란 2008.05.10 253
134 수필 편애하는 교사 이월란 2008.05.07 710
133 편지 1 이월란 2010.06.18 396
132 제3시집 편지 2 이월란 2010.06.18 386
Board Pagination Prev 1 ... 71 72 73 74 75 76 77 78 79 8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