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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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11:18

눈길(雪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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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雪路)


                                          이 월란




돌아서 가는 길은 어디나
빙판이다
쩡 쩡 울어버리고 말
울컥, 생의 바퀴가 방향을 잃는
때로 사랑은 우리를 쓰러뜨릴 흉기일 뿐
온 몸이 눈(雪)이었던 북국의 사랑
얼어붙은 기억을 녹이며 돌아온 새벽
다시 갇힌 얼굴
박제되어버린 능시같은 미소가
뽀득뽀득 눈(目)에 밟히네
거짓 사랑에 헐값으로 팔려나간 계절이여
쉿, 세상은 다시 하얀 침묵
어제 본 세상이 아니구나
텅 빈 허공에서 가없이 쏟아져내리는
저 눈발같은 그리움
소름돋는 살빛 그리움
저리 가벼울수가
나비처럼, 갈잎처럼
평생을 맞아도 아프지 않을
쟁여 온 세상이 거꾸로 솎아져
씨 뿌린 적 없는 산발한 하늘의 꽃
겨웁도록 내리네
푹푹 발목 잡히며
하얀 겨울강을
맨발로 걸어가는 눈
                    
                                  2008-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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