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by 이월란 posted May 10, 200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외출


                                                              이 월란



아침에 멀쩡히 일어나 시간 맞춰 외출 준비를 끝내고
길차림 알뜰히 목적지로 갔다
가면서 보니 내가 없다 그래도 그냥 갔다
나 없이 살아온 세월이 한 두 자락이었던가
돌아오면서 보니
길섶의 꽃잎 위에도 한 줌, 파르라니
서산의 새털구름 위에도 한 줌, 사뿐히
운두 낮은 노을 위에도 한 줌, 발가니
남의 집 벤치 위에도 한 줌, 오도카니
내가 앉아 있어
사는 것이 늘
나를 두고 집을 나섰다가
그렇게 생뚱맞은 *길얼음에 한 줌씩 앉아 있는 나를 다독여
집으로 데리고 돌아가는 날들이 아니었던가
가출했다 잡혀온 나에게 *길보시같은 밥 한 그릇 퍼 주는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세월이라는 굵고 튼튼한 동아줄 하나
지붕 없는 가슴에 번리처럼 엮어 놓은 것이 아니었던가

                                  
                                                    2008-01-27




* 길얼음 : 분기점, 길이 몇 갈래로 갈라진 지점
* 길보시 : 길가는 일을 도와주는 고마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