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0 11:31

미로캠

조회 수 437 추천 수 2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미로캠*


                                                                         이 월란
  



자, 열 한 시간이야,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렴
마음을 샅샅이 찍어서 이 모니터로 보내줘야 해
가슴 모퉁이마다 왜 파란 슬픔들은 호수처럼 고여 사는건지
사철 내내 눈 내리는 산 하나 왜 늘 품고 사는건지
사악한 세포들은 왜 지치지도 않고 터를 닦고 집을 짓는건지
그들의 정체를 오늘은 밝혀내고야 말겠어
도대체 어떤 화상들이 들어 앉아 있길래 마음은
플레어치마처럼 바람만 불어도 훌러덩 뒤집어지는건지
저 간사한 수작들을 파헤치는거야, 그들의 교신을 이제 막는거야
왜 한번씩 누룩 먹은 밀가루처럼 간땡이는 붓는건지
왜 멀쩡한 쓸개는 한번씩 사라져 쓸개 빠진 짓을 하게 만드는건지
왜 심심하면 푸줏간 진열장에 달린 홍등처럼 심장은 달아오르는건지
붉은 혈기 웅켜잡은 마음의 갱도를 바르집는 스파이가 되어 주는거야
전신으로 전이되고 있는 암종들의 뿌리를 뽑는거지
묵시의 횡포를 폭로하는거야, 오늘은
                                          
                                                                     2008-02-03




* 미로캠 : 순수 한국기술로 만든 일명 <먹는 내시경>
           세계에서 가장 작은(지름 11mm, 길이 24mm) 캡술형 내시경으로
           11시간 동안 몸 안을 돌아다니면서 아픈 부위를 찍어 모니터로
           전송하며 사용이 끝나면 대변을 통해 빠져나온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57 촛불잔치 이월란 2008.05.10 484
1356 패디큐어 (Pedicure) 이월란 2008.05.10 473
1355 제2시집 등라(藤蘿) 이월란 2008.05.10 689
1354 눈길(雪路) 이월란 2008.05.10 433
1353 사람, 꽃 핀다 이월란 2008.05.10 443
1352 고양이에게 젖 먹이는 여자 이월란 2008.05.10 868
1351 제2시집 사육 이월란 2008.05.10 700
1350 눈(雪) 이월란 2008.05.10 419
1349 외출 이월란 2008.05.10 407
1348 제2시집 사랑 4 이월란 2008.05.10 591
1347 제2시집 홍시 이월란 2008.05.10 778
1346 기억이 자라는 소리 이월란 2008.05.10 397
1345 어느 아침 이월란 2008.05.10 401
1344 제2시집 詩똥 이월란 2008.05.10 807
» 미로캠 이월란 2008.05.10 437
1342 미자르별이 푸르게 뜨는 날 이월란 2008.05.10 515
1341 사랑 5 이월란 2008.05.10 425
1340 당신꺼 맞지?--------------conte 시 이월란 2008.05.10 425
1339 나를 건지다 이월란 2008.05.10 445
1338 제2시집 바람의 길 4 이월란 2008.05.10 571
Board Pagination Prev 1 ...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