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1
어제:
213
전체:
5,027,614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1:38

바람의 길 4

조회 수 253 추천 수 2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의 길 4


                                                                이 월란



바람이 오라하면 나 따라가겠어요
맨발로 허겁지겁 따라가다 멈칫 뒤돌아도 보겠어요
눈먼 꽃들이 나 대신 울며 따라도 오겠지요
이름을 잊어버린 꽃들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고
친절히 타일러 돌려보내도 주겠어요
가다 가다 한가한 가랑잎에 한 두 줄씩 시를 써주고
졸고 있는 꽃이파리 희롱하다 붙들려 시껍도 하고
허기지면 설익은 열매 뚝 따 먹으며 즐거이 배탈도 나겠어요
아, 바람이 오라 손짓하면 나 따라가겠어요
버려진 낡은 의자에 앉아 삐그덕 삐그덕
늙은 세월의 등이라도 긁어 주겠어요
별이 하릴없이 내리는 호반에선 나도 건달처럼 놈팡이처럼
천의 손가락으로 얌전한 호면을 휘저어 파문을 놓고
황혼의 햇살을 따라 냅다 도망질도 치겠어요
바람 속에 남은 눈물 마저 다 뿌려 주고
더 이상 젖지 않을 마른 소맷자락 나폴거리며
머리칼 헝클어진 광녀의 걸음으로 밴둥밴둥 돌아오다
그렇게 세월을 허비했다 혼쭐이라도 난다면
저 바람 탓이라 배시시 웃고 말겠어요

                                    
                                                           2008-02-09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51 영시집 The way of the wind 이월란 2010.04.05 445
1350 푸드 포이즌 이월란 2009.12.20 445
1349 마로니에 화방 이월란 2009.08.06 445
1348 전설의 고향 이월란 2010.12.14 444
1347 견공 시리즈 그 분의 짜증(견공시리즈 59) 이월란 2010.03.22 444
1346 제1시집 무통분만실 이월란 2008.05.08 444
1345 견공 시리즈 안녕 코코(견공시리즈 114) 이월란 2012.01.17 443
1344 대박 조짐 이월란 2011.12.14 443
1343 안개 이월란 2010.03.30 443
1342 그녀는 동거 중 이월란 2009.05.12 443
1341 동시 7편 이월란 2008.05.09 443
1340 견공 시리즈 엄마 엄마 나 죽거든 (견공시리즈 119) 이월란 2012.04.10 442
1339 투어가이 이월란 2010.12.26 442
1338 단풍론 이월란 2010.07.09 442
1337 눈별 이월란 2010.03.15 442
1336 주차위반 이월란 2010.02.28 442
1335 사막식당 이월란 2009.06.17 442
1334 제3시집 감염자 이월란 2011.01.30 441
1333 B and B letter 이월란 2010.12.14 441
1332 눈이 목마른, 그 이름 이월란 2010.11.24 441
Board Pagination Prev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