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5
어제:
231
전체:
5,025,678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1:38

바람의 길 4

조회 수 253 추천 수 2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바람의 길 4


                                                                이 월란



바람이 오라하면 나 따라가겠어요
맨발로 허겁지겁 따라가다 멈칫 뒤돌아도 보겠어요
눈먼 꽃들이 나 대신 울며 따라도 오겠지요
이름을 잊어버린 꽃들에게 새 이름을 지어주고
친절히 타일러 돌려보내도 주겠어요
가다 가다 한가한 가랑잎에 한 두 줄씩 시를 써주고
졸고 있는 꽃이파리 희롱하다 붙들려 시껍도 하고
허기지면 설익은 열매 뚝 따 먹으며 즐거이 배탈도 나겠어요
아, 바람이 오라 손짓하면 나 따라가겠어요
버려진 낡은 의자에 앉아 삐그덕 삐그덕
늙은 세월의 등이라도 긁어 주겠어요
별이 하릴없이 내리는 호반에선 나도 건달처럼 놈팡이처럼
천의 손가락으로 얌전한 호면을 휘저어 파문을 놓고
황혼의 햇살을 따라 냅다 도망질도 치겠어요
바람 속에 남은 눈물 마저 다 뿌려 주고
더 이상 젖지 않을 마른 소맷자락 나폴거리며
머리칼 헝클어진 광녀의 걸음으로 밴둥밴둥 돌아오다
그렇게 세월을 허비했다 혼쭐이라도 난다면
저 바람 탓이라 배시시 웃고 말겠어요

                                    
                                                           2008-02-09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51 아버지의 뒷모습 이월란 2009.07.29 338
850 견공 시리즈 토비의 나라(견공시리즈 7) 이월란 2009.06.10 338
849 빨간 구두* 1 이월란 2008.11.30 338
848 둥둥 북소리 이월란 2008.06.08 338
847 물 위에 뜬 잠 2 이월란 2008.05.10 338
846 제1시집 이월란 2008.05.10 338
845 꽃이 될래요 이월란 2008.05.09 338
844 눈길 이월란 2008.05.08 338
843 환각의 아이들 이월란 2012.04.10 337
842 제3시집 복사기 이월란 2011.12.14 337
841 합승 이월란 2010.05.18 337
840 화석사냥 이월란 2009.09.12 337
839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838 제1시집 경계인 이월란 2008.05.09 337
837 외출 2 이월란 2012.02.05 336
836 날아오르는 사람들 이월란 2012.01.17 336
835 이중국적 이월란 2011.05.31 336
834 영시집 The Island of Language 이월란 2010.03.22 336
833 그 땐 이월란 2010.01.19 336
832 제1시집 섬이 너를 부르거든 이월란 2008.05.09 336
Board Pagination Prev 1 ...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