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04
어제:
379
전체:
5,021,567

이달의 작가
2008.05.10 11:48

날아다니는 길

조회 수 364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날아다니는 길




                                                                                                이 월란



1.

봇짐 지고 미투리 삼아 넋 놓고 걸었었지 않나 굴렁대로 굴리며 놀더니 네 발 도롱태를 달아
눈이 번쩍 뜨여 미친 말처럼 달리기 시작했지 방갓 아래 세월아 네월아 눈 맞추던 백수같은
노방꽃들도 이젠 머리채 잡혀 끌려가는 바람난 아낙네처럼 KTX의 차창 밖에서 눈 한번 못
맞추고 휙휙 낚아채여 허물어지고 날아가던 새들도 주둥이를 헤 벌리고 쳐다보았지


2.

어둠이 가로수나 지붕들을 우걱우걱 삼켜버리고 나면 잘 들어봐 길들의 소리가 들려 꿈의
유골이 다닥다닥 귀를 맞추며 일어서는 소리가 들려 그래서 은빛 날개를 달고 산호 속같은
미리내 숲길을 날아다니고 있지 그것도 모자라 지상의 모든 길들이 합세해서 액정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온 그 날 모반의 세월을 감아 쥐고 아이디 몇 자로 익명의 굿길을 날아다니
기 시작했어 구석기 시대를 꿈꾸는 하이퍼 텍스트의 언어로 부활한 사랑을 속삭여 야반도주
를 해


3.

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다고 경고장을 받은 그 날 클릭한 2~3초 후에 태평양의 갱도를 빛처럼
날아온 녹음된 목소리가 전해 주는 인증번호를 받고 난 내가 복제당하거나 도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육감에 맨발의 잠옷바람으로 문을 박차고 나갔더
니 오래 누워 있던 길들이 가등 아래 허연 뼈만 남기고 사라졌더군 어둠의 정적을 물고 서
있던 노상방뇨된 꽃들이 길들이 넋 놓고 달아난 허공에서 뿌리채 흔들리며 멍하니 쳐다보았어


                                                                                             2008-02-20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91 오늘, 그대의 삶이 무거운 것은 이월란 2008.05.10 328
1290 제2시집 노을 1 이월란 2008.05.10 309
1289 벽 1 이월란 2008.05.10 290
1288 손톱달 이월란 2008.05.10 323
1287 바람의 뼈 이월란 2008.05.10 290
1286 미워도 다시 한번 이월란 2008.05.10 393
1285 그대, 시인이여 이월란 2008.05.10 281
1284 눈 오는 날 1, 2 이월란 2008.05.10 326
»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5.10 364
1282 제2시집 고요를 물고 날아간 새 이월란 2008.05.21 356
1281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573
1280 제2시집 노안 이월란 2008.05.10 342
1279 인사이드 아웃 이월란 2008.05.10 416
1278 꽃덧 이월란 2008.05.10 297
1277 그 섬에 이월란 2008.05.10 287
1276 제2시집 여든 여섯 해 이월란 2008.05.10 303
1275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1274 제2시집 광녀 이월란 2008.05.10 298
1273 제2시집 봄밤 이월란 2008.05.10 248
1272 제2시집 팥죽 이월란 2008.05.10 222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