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0
어제:
184
전체:
5,020,795

이달의 작가
2008.05.10 11:51

생인손

조회 수 573 추천 수 2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생인손

                                                            이 월란




지은 지 꼭 십 년이 되는 나의 집은
아직도 짙은 숲의 기억을 꿈처럼 품고 산다
하루를 버텨낸 적막한 어느 시각 쯤에선 꼭
삐그덕 찌그덕 소리를 낸다
뽀얀 페인트칠을 밀어내고 있는 이층 침실 머리맡의 못 두 개
땅켜 아래 깊이 박힌 두 발치에서 올라온 나목의 손끝을 보던 날
얼기설기 붙들고 서있던 나무기둥들의 엑스선 사진을 보는 듯 했다
푸른 설계도는 이미 오래 전에 파지가 되어버렸겠다
거대한 골격은 아직도 귀를 맞추고 있는지
무심한 시간들 사이로 세밀히 가라 앉는 지반을 받쳐내고 있는지
굳은 살의 삼킨 고통을 조금씩 뱉어내고 있었다
에돌이를 하며 살을 맞대고 살아가는 일
밑동이 잘리고 헐벗은 서로의 맨몸을 처절히 붙들고
알몸으로 살아가는 무림의 숨소리
서로의 통로를 찾아 넘나들던 숨결이 미궁을 빠져나온
고름을 안고 곱나들던 거대한 뼈집들의 화인자국
어둠 속에서 숨결치며 내게 각을 맞추어 오던 뼈마디들도
어느 구석 쯤에선 저렇게 살갗을 밀어내며 귀를 맞추고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살을 내어주고 있을 것이다
삶의 삼투압을 거슬러 무릎을 동여맨 걸음 끝에
몸 끝에서 돋아난 푹 익은 종창 하나
세상 가까운 곳에 터를 닦으며 여생의 낯을 들어
감염된 열 손가락 실정맥 푸르도록 서로를 붙들고
열탕같은 세상으로 고개를 내밀고야 마는


                                                           2008-01-05 --<나의 집>과 <생인손>으로부터의 퇴고작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31 포이즌(poison) 이월란 2008.08.30 262
1530 포옹 이월란 2012.02.05 317
1529 포스트들이 실종되는 것은 일상다반사 이월란 2009.01.07 257
1528 폐경 이월란 2014.08.25 175
1527 폐경 이월란 2010.12.26 459
1526 평행선 이월란 2008.05.08 485
1525 평생어치 이월란 2008.05.09 248
1524 평생 이월란 2012.05.19 251
1523 평론의 횟감 이월란 2010.04.13 399
1522 편지 4 이월란 2010.09.06 353
1521 편지 3 이월란 2010.07.19 374
1520 제3시집 편지 2 이월란 2010.06.18 386
1519 편지 1 이월란 2010.06.18 396
1518 수필 편애하는 교사 이월란 2008.05.07 711
1517 페치가의 계절 이월란 2008.05.10 253
1516 제1시집 페인트 칠하는 남자 이월란 2008.05.09 344
1515 제3시집 페르소나(견공시리즈 73) 이월란 2010.06.28 375
1514 제3시집 페르소나 이월란 2009.08.01 449
1513 퍼즐 이월란 2009.04.21 289
1512 패디큐어 (Pedicure) 이월란 2008.05.10 32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11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