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by 이월란 posted May 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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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 뒤집어진 사람)


                                                 이 월란




007 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끈하게 잘 빠진
치자빛 스포츠카에서 그가 내린다
그의 이름은 Bryon Swim
온 몸을 융모처럼 감싸고 있는 은진들이
탱탱볼처럼 뎅그렁 뎅그렁 걸어온다
멈출 줄 모르는 세월의 세포분열은 살점이 되었고
돌출된 섬유종들은 그의 신경줄을 끊임없이 잡아당기고 있다
나의 몸은 그의 잘 빠진 스포츠카처럼 미끈하다
혹들은 늘 뒤집어지 않은 안쪽에 충실히도 몸을 숨기고 있다
괴물같은 몰골로 홀웨이를 지나다닌 그의 뒷모습에
무심히 뿌렸던 애마른 심정들
부메랑처럼 과녁없이 돌아와 잠적해버린 나의 종양들을 매만진다
목젖 언저리에 똘똘 뭉쳐있는 욕지기의 혹부터
내가 나를 걸고 넘어지는 독선과 아집의 혹
열등과 좌절에 좌초된 강짜의 혹
혀 깨물고 지켜내온 자존심의 혹
혹들, 혹들, 혹들
오돌도돌 내장을 점령해버린 치기의 영류들이
질기게도 연명하고 있었다
결코 누설되지 않을 기형아들 사이로
드러나버렸지만 이젠 초연해질 수 밖에 없는
반생의 여독을 품은 업보를 조랑조랑 매달고
비탈진 가을산을 타고 내려온 가을바다를
붉은 열대어같은 그의 스포츠카가
그의 라스트네임처럼
미끈한 나의 몸을 관통해 살같이 헤엄쳐 달리고 있다


                                                          2008-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