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47
어제:
183
전체:
5,021,131

이달의 작가
2008.05.10 12:12

휴대폰 사랑

조회 수 337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휴대폰 사랑


                                                                                         이 월란




요즘같은 디지털 시대에는 너의 휴대폰이 되고 싶어
딸랑딸랑 너의 사진 하나 달아주고, 너의 손 안에 쏙 들어가는 작은 손전화 말야
너의 옆에서 나란히 잠들었다 꿈길처럼 솔베이지의 노래 한 소절 불러주면
눈뜬 아침 가장 먼저 너의 눈 속으로 반짝 들어가지
<5분만 더>라고 투정하는 너의 옆에서 잠든 너의 머리칼을 헤아리며
밤새 돋아난 수염을 헤아리며, 째깍째깍 정확히 300초를 헤아리며 기다려줄께
모닝커피를 다 마시지도 못하고 전쟁치르듯 뛰쳐나가는 너의 모습에
쿡쿡 웃음도 나겠지만 나를 냅다 집어들고 모터사이클같은 차에 올라
홀스파워 시험하듯 속력을 내면 난 지진을 만난 듯 머리가 팽그르 돌겠지만
내 가벼운 몸이 시트 위로 몇 번 뛰어 오르기도 하겠지만
눈을 흘기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난 행복할거야
너의 소맷자락으로 눈물에 얼룩진 내 뺨을 닦아주고
내 가슴 속에 뭐가 들어있나 넌 시도 때도 없이 체크해 주잖아
나 없인 잠시도 견딜 수 없어, 나 없인 어느 곳으로도 갈 수 없어
날 통하지 않곤 어느 누구와도 말 할 수 없어
날 통하지 않곤 어느 누구와도 약속할 수 없어
네가 가르쳐 준 올드팝송 한 소절만 불러주면
내 심장을 귀에 대고, 입에 대고, 오래 오래 속삭여 주는 너의 메신저
내가 늙어 여기저기 긁히고 망가져도 내 심장같은 메모리카드만은 너의
가슴 속에 새겨 둘거야
눈 내리는 밤에, 춥다고 종종대는 너의 회색코트 주머니 안에서
난 또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삐리삐리 무지개빛 문자를 치고 말 것이야
너의 가슴으로
ㄸ ㅏ ㄸ ㅡ ㅅ ㅎ ㅐ, ㅅ ㅏ ㄹ ㅏ ㅇ ㅎ ㅐ

                                                      
                                                                                  2008-02-2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91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5.10 364
1290 생인손 이월란 2008.05.10 573
1289 제2시집 노안 이월란 2008.05.10 342
1288 인사이드 아웃 이월란 2008.05.10 416
1287 꽃덧 이월란 2008.05.10 297
1286 그 섬에 이월란 2008.05.10 287
1285 제2시집 여든 여섯 해 이월란 2008.05.10 303
» 휴대폰 사랑 이월란 2008.05.10 337
1283 제2시집 광녀 이월란 2008.05.10 298
1282 제2시집 봄밤 이월란 2008.05.10 248
1281 제2시집 팥죽 이월란 2008.05.10 222
1280 병상언어 이월란 2008.05.10 225
1279 너를 쓴다 이월란 2008.05.10 268
1278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94
1277 미몽(迷夢) 이월란 2008.05.10 341
1276 비상구 이월란 2008.05.10 257
1275 식상해질 때도 된, 하지만 내겐 더욱 절실해지기만 하는 오늘도 이월란 2008.05.10 301
1274 제2시집 꽃씨 이월란 2008.05.10 251
1273 Daylight Saving Time (DST) 이월란 2008.05.10 249
1272 사랑 6 이월란 2008.05.10 227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