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1
어제:
206
전체:
5,030,526

이달의 작가
2008.05.10 12:17

병상언어

조회 수 225 추천 수 15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병상언어


                                                                          이 월란
  



째깍째깍 경쾌하던 시간의 숨소리가, 지금쯤 날아다니고도 남았을
그 소리가 힘겨운 듯 내 옆에 누워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포박당하지 않을 완전한 자유주의자
생의 바이러스에 감염된 척 누워 있는 귀여운 리얼리스트를 보면
한번쯤 속삭여 주고도 싶다 <우리 같이 죽어버릴까?>
후후, 웃기지 말라고 몸을 빼버리곤 주섬주섬 날개를 달고 있는
저 영원한 현실주의자
소몰이 당하듯 우우우 일어서는 나의 시간들
잠시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생의 화덕에 열이 고여 있다
묽은 죽같이 씹히지도 못하고 삼켜진 기억들이
지난 세월의 올가미 위로 대책없이 둥둥 떠오르는 병상
두통처럼 머물다 가버린 사랑의 열병이
의식 저편의 병동에서 아직도 잠행하고 있다
회진을 도는 운명의 발자국에 귀기울여 보면
고액권 지불 후에 그래도 쓸만한 거스름돈처럼
빳빳이 남아 있는 시간들
창모슬마다 싸늘히 식어버린 마른기침같은
건조한 슬픔들이 쌕쌕거리며 푸른 먼지를 일으키고 있다
나의 수명보다 훨씬 긴 현실의 집이 시간의 날개 위에 지어져 있고
인생을 통째로 저당 잡히지 않으려면 길을 잃고 헤매던 악몽 쯤은
잊어버려야 한다, 병상 깊이 묻어두고 일어나야 한다
노승의 손목 위에 모가지를 늘어뜨린 수주알같은
시간의 밀어를 한번쯤 헤아려보며 뻣뻣한 권태의 맥을 푼다
환약같은 희망을 몇 알 삼켰다
치열하게 새겨 놓은 삶의 무늬는
그저 외로움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나

                                          
                                                                  2008-03-0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1 마른 꽃 이월란 2009.09.29 371
770 사랑 9 이월란 2009.09.29 289
769 견공 시리즈 이쁜 똥(견공시리즈 33) 이월란 2009.09.29 488
768 약속 이월란 2009.09.23 282
767 가을 혁명 이월란 2009.09.23 340
766 견공 시리즈 겨울나기(견공시리즈 32) 이월란 2009.09.23 321
765 견공 시리즈 새벽별(견공시리즈 31) 이월란 2009.09.23 306
764 로봇의 눈동자 이월란 2009.09.19 478
763 지구병원 이월란 2009.09.19 313
762 독종 이월란 2009.09.19 287
761 견공 시리즈 목방울(견공시리즈 30) 이월란 2009.09.19 401
760 제3시집 목격자 이월란 2009.09.16 435
759 견공 시리즈 꽃의 알리바이(견공시리즈 29) 이월란 2009.09.16 402
758 견공 시리즈 바람의 길 5(견공시리즈 28) 이월란 2009.09.16 314
757 견공 시리즈 007 작전(견공시리즈 27) 이월란 2009.09.16 291
756 견공 시리즈 비밀 2(견공시리즈 26) 이월란 2009.09.16 286
755 화석사냥 이월란 2009.09.12 337
754 영혼 받아쓰기 이월란 2009.09.12 406
753 냉정과 열정 사이 이월란 2009.09.12 472
752 견공 시리즈 토비의 천국(견공시리즈 25) 이월란 2009.09.12 401
Board Pagination Prev 1 ... 40 41 42 43 44 45 46 47 48 4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