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10 12:19

너를 쓴다

조회 수 430 추천 수 1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너를 쓴다


                                                                      이 월란




적막한 천지의 말, 다 알아듣지 못해, 이리 버거워
발빠른 세월의 말, 다 전해주지 못해, 이리 힘겨워
이젠 투명히 멀어져간 너를 쓴다
물처럼 고여 앉아 파문으로 떨어지는 너를 받는다
어느 명함 빼곡히 채워진 축복의 리스트는
누군가의 빈주머니 속으로 구겨질 고뇌의 항목
발 떼자 사라져버린 서로의 집을 찾아 돌고 돌아 오는 길
어린 상주의 눈물처럼 바람도 시리고 꽃도 서러운 날
울어다오, 젖지 않을 환희의 가슴으로
밝혀다오, 평생의 어둠을 깨우고도 남을 그 새벽의 기억으로
어느 기억을 두드려 파헤치더라도
영원히 새겨두진 못할 엇갈린 나이테 사이로
기어코 미련 한 줌 줍게 되더라도
꽃씨를 받던 뒷모습으로도 꽃을 피워내던
사랑은 사랑으로 족했나니
사라진 새벽별 하나로도 매일 아침 동이 터오나니
퀵 서비스처럼 순간으로 왔다 폭죽처럼 사라지는 하루해도 가벼이
원시의 바다를 해풍으로 돌아 나와
고독의 부리를 내어 오늘도 너를 쓴다
열 마디 손끝 녹여 흔적 없이 너를 쓴다

                                        
                                                                  2008-03-04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17 병상언어 이월란 2008.05.10 427
» 너를 쓴다 이월란 2008.05.10 430
1315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1252
1314 영시집 Deserve to Die 이월란 2010.06.18 1057
1313 미몽(迷夢) 이월란 2008.05.10 491
1312 비상구 이월란 2008.05.10 405
1311 식상해질 때도 된, 하지만 내겐 더욱 절실해지기만 하는 오늘도 이월란 2008.05.10 429
1310 제2시집 꽃씨 이월란 2008.05.10 579
1309 Daylight Saving Time (DST) 이월란 2008.05.10 680
1308 사랑 6 이월란 2008.05.10 416
1307 제2시집 바다를 보고 온 사람 이월란 2008.05.10 526
1306 이별이 지나간다 이월란 2008.05.10 435
1305 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이월란 2008.05.10 427
1304 등 굽은 여자 이월란 2008.05.10 490
1303 겨울새 이월란 2008.05.10 433
1302 제2시집 봄의 가십 이월란 2008.05.10 521
1301 말발 끝발 이월란 2008.05.10 428
1300 원죄 이월란 2008.05.10 417
1299 나는 모릅니다 이월란 2008.05.10 449
1298 나를 지쳐 이월란 2008.05.10 414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85 Next
/ 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