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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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2:21

흔들리는 집

조회 수 694 추천 수 10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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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집


이월란(08-03-05)


언제부터였을까
노인성 백내장으로 한쪽으로만 보시던 내 아버지
버릇처럼 한쪽 손으로 회백색으로 흐려진 수정체를 가리시곤
뗏다 붙였다 뗏다 붙였다
<한쪽으론 정확한 거리측정이 역시 불가능해>
사물을 재어보곤 하시던 내 아버지
저만치 슬픔이 아른거리며 다가올 때나
이만치 눈물겨움이 그림자처럼 스쳐지나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한쪽 눈을 가렸다 뗏다 거리측정을 한다
명절이면 표준말을 쓰는 곱상한 남매를 데리고 손님처럼 묵고가던
내 아버지 쏙 빼닮은 배다른 오빠가 문득 고향처럼 보고파질 때
나도 한쪽 손을 올렸다 내렸다 삶의 초점을 다시 맞춘다
가까운 것들과 먼 것들이 늘 뒤섞여 있던 내 아버지의 시야 속으로
조심스럽게 걸어들어간다
알뜰히 물려주고 가신, 미워할 수 없는 불손한 유전자를 너머
<나는 당신의 딸입니다> 지령받은 사랑의 형질로
너무 멀어 그리워만지는 것들을
너무 가까워 안일해만지는 것들을
나도 한번씩 내 아버지의 거리측정법으로 파악해 보는 습관
아른아른 멀어진, 걸어온 지난 길들은
생의 압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푸르스름한 눈동자 속에
흔들리는 집을 지어버린 나의 착시였을까



?

  1. 병상언어

  2. 너를 쓴다

  3. 흔들리는 집

  4. Deserve to Die

  5. 미몽(迷夢)

  6. 비상구

  7. 식상해질 때도 된, 하지만 내겐 더욱 절실해지기만 하는 오늘도

  8. 꽃씨

  9. Daylight Saving Time (DST)

  10. 사랑 6

  11. 바다를 보고 온 사람

  12. 이별이 지나간다

  13. 나, 바람 좀 피우고 올께

  14. 등 굽은 여자

  15. 겨울새

  16. 봄의 가십

  17. 말발 끝발

  18. 원죄

  19. 나는 모릅니다

  20. 나를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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