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28
어제:
259
전체:
4,975,416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2:21

흔들리는 집

조회 수 666 추천 수 10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흔들리는 집


이월란(08-03-05)


언제부터였을까
노인성 백내장으로 한쪽으로만 보시던 내 아버지
버릇처럼 한쪽 손으로 회백색으로 흐려진 수정체를 가리시곤
뗏다 붙였다 뗏다 붙였다
<한쪽으론 정확한 거리측정이 역시 불가능해>
사물을 재어보곤 하시던 내 아버지
저만치 슬픔이 아른거리며 다가올 때나
이만치 눈물겨움이 그림자처럼 스쳐지나갈 때마다
나도 모르게 한쪽 눈을 가렸다 뗏다 거리측정을 한다
명절이면 표준말을 쓰는 곱상한 남매를 데리고 손님처럼 묵고가던
내 아버지 쏙 빼닮은 배다른 오빠가 문득 고향처럼 보고파질 때
나도 한쪽 손을 올렸다 내렸다 삶의 초점을 다시 맞춘다
가까운 것들과 먼 것들이 늘 뒤섞여 있던 내 아버지의 시야 속으로
조심스럽게 걸어들어간다
알뜰히 물려주고 가신, 미워할 수 없는 불손한 유전자를 너머
<나는 당신의 딸입니다> 지령받은 사랑의 형질로
너무 멀어 그리워만지는 것들을
너무 가까워 안일해만지는 것들을
나도 한번씩 내 아버지의 거리측정법으로 파악해 보는 습관
아른아른 멀어진, 걸어온 지난 길들은
생의 압력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푸르스름한 눈동자 속에
흔들리는 집을 지어버린 나의 착시였을까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71 외로운 양치기 이월란 2010.05.25 675
1570 영문 수필 Pessimism in T.S. Eliot’s Love Song of J. Alfred Prufrock 이월란 2013.05.24 674
» 제2시집 흔들리는 집 이월란 2008.05.10 666
1568 영시 윤동주시 번역 3 이월란 2010.06.07 663
1567 견공 시리즈 동거의 법칙(견공시리즈 69) 이월란 2010.06.07 662
1566 영시 윤동주시 번역 1 이월란 2010.06.07 662
1565 F와 G 그리고 P와 R 이월란 2010.09.20 645
1564 흑염소탕 이월란 2009.10.08 643
1563 스키드 마크 이월란 2010.12.26 640
1562 강촌행 우등열차 이월란 2010.06.07 633
1561 공갈 젖꼭지 이월란 2012.02.05 630
1560 고양이에게 젖 먹이는 여자 이월란 2008.05.10 630
1559 눈먼자의 여행 이월란 2010.01.29 625
1558 애모 이월란 2008.05.07 615
1557 날씨 검색 이월란 2010.11.24 614
1556 향수(鄕愁) 이월란 2010.05.18 609
1555 수필 회색지대 이월란 2008.05.07 601
1554 수신자 불명 이월란 2011.01.30 598
1553 그대가 바람이어서 이월란 2010.07.19 596
1552 카인의 딸 이월란 2008.05.07 59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