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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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8.05.10 12:39

말발 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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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 끝발


                                                                                  이 월란




말발 기가막혀 끝발 날리던 사람
말발 기가막혀 나를 기막히게 했던 사람
넘쳐나는 말만 두고 사라졌다
그의 말보다 그가 뱉어 놓은 말들을 밟고 돌아서는
그의 뒤태가 더욱 기막혔던 사람
발목이 잘린 말들이 말발이 서질 않아 여기저기서 절룩거린다
그렇게 말들이 절룩거리는 길을 가다보면
나도 절뚝절뚝 한 두마디씩 말이 줄어든다
눈을 부라리며 했던 말들은 더욱 절뚝댄다
그가 내게 한 15가지의 거짓말에 난 분노하지 않았다
내가 한 2가지의 거짓말을 알고 있기에
어떤 이의 말은 할수록 그의 뒷모습만 비참하게 만든다는 걸 난 알고 말았다
세월이란 놈이 기술 좋은 소매치기처럼 낚아채어 가는건지
말없는 세월이 말없이 말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건지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다른이들도 모두 할 수 있는 말이란 것을
우매한 중에도 깨닫고 철이 들어
정말 내 입으로 할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한마디도 없다는 것을
알 때에, 그 때 비로소 심장이 멎고
굳은살이 박이도록 돌던 혀가 굳어버리는 건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한 두마디 말이 줄었다
내일도 한 두마디 줄어들 것이다
그러다 바닥이 나, 줄어들 말이 더 이상 없을 때
그 때서야 두 눈이 영영 감기는 건지도 모를 일이겠다

                                                    
                                                                               2008-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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