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34
어제:
307
전체:
5,024,495

이달의 작가
2008.05.10 12:46

여행

조회 수 204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여행


                                                                                          이 월란




여행을 가면 꼭 한가지는 빠뜨리고 간다
리스트를 만들고 체크를 해도 마찬가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귀고리나
급히 메모할 때 손목에 부담을 주지 않는, 내 손에 익은 파랑색 볼펜이나
샤워할 때만 쓰는 머리핀 같은
아주 하찮아서 그런 것을 가지고 사는지 아닌지 전혀 표도 나지 않는
그것들이 필요한 순간에만 절박하게 다가오는
보이지 않게 서성대는 아쉬움들을
나도 여행에서 돌아와선 푸른 대서양의 섬 위에 뭐하나 빠뜨리고 왔음 좋겠다
시를 쓸 때나 한번씩 양념으로, 고명으로 얹어 두기도 하는
순간순간 절박해지는 그리움 같은
잊혀진 자의 비애 같은
철지난 코트 주머니 속에 돌돌 말린 우울 같은
표도 나지 않게 멈칫멈칫 해를 멈추어 마디를 꺾고마는 그것들을
선실 안의 쓰레기통 뒤에나
침대 다리로 가려진 사각지대나
모닝콜로 단잠을 깨울 낯선 전화기 옆에나
새줄랑이처럼 한 눈 휑하니 팔다가
그 부질없는 것들 중 한가지 슬쩍 놓고 왔음 좋겠다


                                                                                    2008-03-27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1 어제는 자유 이월란 2010.10.29 516
470 어항 이월란 2008.05.07 509
469 언니 이월란 2021.08.16 110
468 제3시집 언다큐멘티드 에일리언 이월란 2012.08.17 473
467 언약 이월란 2008.05.10 244
466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465 견공 시리즈 엄마 엄마 나 죽거든 (견공시리즈 119) 이월란 2012.04.10 442
464 엄마는 생각 중 이월란 2009.04.07 263
463 엄만 집에 있어 이월란 2008.05.10 403
462 이월란 2009.11.25 376
461 엉기지 말라 그랬지 이월란 2009.02.14 292
460 에어 프랑스 AF #447 이월란 2009.08.13 451
459 에움길 이월란 2008.05.09 405
458 견공 시리즈 엘리와 토비(견공시리즈 87) 이월란 2010.12.26 434
457 여기는 D.M.Z. 이월란 2008.11.02 274
456 제2시집 여든 여섯 해 이월란 2008.05.10 303
455 여름산 이월란 2010.08.22 477
454 여보, 눈 열어 이월란 2012.05.19 365
» 여행 이월란 2008.05.10 204
452 여행, 일탈을 맛보다 이월란 2008.05.07 502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