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27
어제:
338
전체:
5,022,216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3:00

도망자

조회 수 243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도망자


                                                                                                                                                      이 월란




검색 리스트에 오른지는 오래 되었다. 위험한 수배자가 된 지도 오래 되었다. 잡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도 저 끈질긴 미행을 따돌릴 재간은 없다. 잠시 열이 올라 누웠어도 거룩한 저승사자의 가운을 입고 나의 침상에 걸터 앉아 있다. 누워서 거저 먹을 생각은 말라고. 모기장 속에 모기를 피하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있었던 것처럼 그들이 쳐 놓은 그물망 속에 내가 들어 있다. 범인으로 지목되어 빈 속에 들어가 수박통처럼 세상을 부풀어, 죄의 온상같은 피밭을 울며 뛰쳐 나온 직후로 길이 닳도록 오가는 일상의 골목마다 그들은 철저히 지키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수비하듯 그들의 눈알이 소리없이 구른다. 헉헉대는 그들의 허리춤에 흉기는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초성능의 업그레이드 된 카빈총 한자루 쯤은 숨기고 있음에 틀림없다. 한 대 맞고 쓰러지면 한동안 몽롱해질 곤봉 하나 눈앞에서 달랑이고 있고 생의 회로는 평행선처럼 따라붙는 수색자를 결코 따돌리지 못한다. 탈주자는 늘 조준되어 있어 사정거리를 벗어나지도 못한다. 지하의 반역자들은 어디에나 둥지를 틀고 있는 것처럼 그만 걷어차 버리라고 찝쩍이는 불온삐라가 가끔 날아들지만 누구 하나 그럴 엄두를 내진 못한다. 쉽게 들어온 것처럼 그리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아니란 걸 은연중에 터득했다. 끈질긴 추격전은 그 날의 클라이맥스를 충실히 연출해 내고, 언제고 곧 결투가 벌어질 듯, 손에 닿을 듯, 효과음 하나 없이, 삶이 쫓아오고 있다.

                                                                                                                                                     2008-04-1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91 영시 Tour Guide 이월란 2016.08.16 47
1390 영문 수필 Transformation of Picasso 이월란 2011.03.18 278
1389 영문 수필 Twelve Angry Men 이월란 2010.07.19 383
1388 견공 시리즈 UFO(견공시리즈 50) 이월란 2009.12.09 302
1387 영문 수필 UMFA 이월란 2013.05.24 183
1386 영시 Undocumented Aliens 이월란 2016.08.16 96
1385 영시 Unknown Receiver 이월란 2016.08.16 235
1384 VIP 이월란 2010.02.21 401
1383 영시집 Walking the forest path 이월란 2010.05.02 20933
1382 영문 수필 Were They Radicals or Conservatives? 이월란 2010.09.20 518
1381 영문 수필 Where is the Interpreter "In the Penal Colony"? 이월란 2014.05.28 225
1380 영문 수필 Who am I? 이월란 2011.07.26 331
1379 영문 수필 Who slandered Josef K. in Franz Kafka’s "The Trial"? 이월란 2014.05.28 369
1378 영문 수필 Who’s White? Who’s Black? Who Knows? 이월란 2013.05.24 231
1377 영문 수필 Why Joe Became a Criminal? 이월란 2012.08.17 19372
1376 영문 수필 Why Undocumented Workers Are Good for the Economy 이월란 2013.05.24 191
1375 영문 수필 Willowbrook 이월란 2012.04.10 212
1374 영시집 Without You, the Thing Which Loves You Is 이월란 2010.05.02 561
1373 영시 Without You, the Thing Which Loves You Is 이월란 2016.08.16 97
1372 영시 Wolran Lee 1 이월란 2016.08.16 53
Board Pagination Prev 1 ...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