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86
어제:
183
전체:
5,021,270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0 13:00

도망자

조회 수 243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도망자


                                                                                                                                                      이 월란




검색 리스트에 오른지는 오래 되었다. 위험한 수배자가 된 지도 오래 되었다. 잡히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도 저 끈질긴 미행을 따돌릴 재간은 없다. 잠시 열이 올라 누웠어도 거룩한 저승사자의 가운을 입고 나의 침상에 걸터 앉아 있다. 누워서 거저 먹을 생각은 말라고. 모기장 속에 모기를 피하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있었던 것처럼 그들이 쳐 놓은 그물망 속에 내가 들어 있다. 범인으로 지목되어 빈 속에 들어가 수박통처럼 세상을 부풀어, 죄의 온상같은 피밭을 울며 뛰쳐 나온 직후로 길이 닳도록 오가는 일상의 골목마다 그들은 철저히 지키고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수비하듯 그들의 눈알이 소리없이 구른다. 헉헉대는 그들의 허리춤에 흉기는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초성능의 업그레이드 된 카빈총 한자루 쯤은 숨기고 있음에 틀림없다. 한 대 맞고 쓰러지면 한동안 몽롱해질 곤봉 하나 눈앞에서 달랑이고 있고 생의 회로는 평행선처럼 따라붙는 수색자를 결코 따돌리지 못한다. 탈주자는 늘 조준되어 있어 사정거리를 벗어나지도 못한다. 지하의 반역자들은 어디에나 둥지를 틀고 있는 것처럼 그만 걷어차 버리라고 찝쩍이는 불온삐라가 가끔 날아들지만 누구 하나 그럴 엄두를 내진 못한다. 쉽게 들어온 것처럼 그리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아니란 걸 은연중에 터득했다. 끈질긴 추격전은 그 날의 클라이맥스를 충실히 연출해 내고, 언제고 곧 결투가 벌어질 듯, 손에 닿을 듯, 효과음 하나 없이, 삶이 쫓아오고 있다.

                                                                                                                                                     2008-04-18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71 낙엽을 읽다 이월란 2008.11.01 244
270 언약 이월란 2008.05.10 244
269 밤의 정가(情歌) 이월란 2008.05.10 244
268 영문 수필 Korean Dialects 이월란 2014.05.28 243
267 젊은 영감 이월란 2012.04.10 243
266 감원 바이러스 이월란 2008.11.04 243
265 1시간 50분 이월란 2008.09.08 243
» 제2시집 도망자 이월란 2008.05.10 243
263 어떤 사랑 이월란 2008.05.10 243
262 귀성 이월란 2014.10.22 242
261 통곡의 벽 이월란 2014.06.14 242
260 영문 수필 The Giver 이월란 2012.04.10 242
259 詩3 이월란 2008.11.25 242
258 전. 당. 포. 이월란 2008.11.17 242
257 제2시집 포효 이월란 2008.06.13 242
256 핏줄 이월란 2008.06.10 242
255 영문 수필 The Background of the Nazis’ Racial Ideology 이월란 2013.05.24 241
254 그림 이월란 2012.04.10 241
253 출근길 이월란 2009.04.05 241
252 개작(改作) 이월란 2009.03.21 241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