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핀 속의 사랑

by 이월란 posted May 1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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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핀 속의 사랑


                                                                                           이 월란




환갑이 가까워 올 듯한 그는 늘 단정한 소년같다
이혼을 하고 혼자 미국으로 왔다는 그의 좁은 어깨 위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지금은 그와 동거 중일 우수가 익숙한 자세로 걸터 앉아 있다
당뇨가 심해져, 정해진 시간에 약처럼 제조된 음식들을 고이 고이 삼키던 그가
오늘은 꽃종이에 싸인, 자기 눈동자만한 머핀 하나를 건네 준다
<내 미래의 와이프, 걸프렌드가 만든거야>
그 자랑스러움이 정말 밉지 않다
그처럼 단정히 생겼을 그의 여자가, 자기의 남자를 위해 만들었을
그 흔한 장식 하나 없이, 입맛 당기는 당분 한 줌 흘려넣지 않고
고 작은 머핀 속에 버무려 넣었을 덤덤한 진가루같은 사랑이 너무나 달콤해서
무던한 맹꽁이같은 그 맛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갓난아이 주먹 보다도 더 작은 이 머핀 속에
온누리의 사랑이 몽땅 그녀의 열손가락 사이로 녹아들었을 것 같아서
한 입에 쏙 들어가고도 남을 앙증맞은 그 머핀을
열 번쯤 아껴 아껴 베어 물었다
우리가 목메어 부르던, 허기져 헤매던 그 사랑은
이토록 꾸밈없으며, 이토록 작으며, 이토록 밍밍하고 싱거워서
그젠 지나쳐 버렸고, 어젠 외면해 버렸고, 오늘은 무시해버린
이 작은 머핀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2008-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