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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즉원(生卽願), 생즉원(生卽怨)


                                                                              이 월란




난 오늘 꽃이 되고 싶어
꽃이 되어
가슴 한 점 없는 빈 꽃대궁 지나
가는 꽃모가지 몇 번 흔들리고 나면
난 이제 새가 되고 싶을 거야
새가 되어
비상의 환희도 잠깐, 곤한 날개가 이슬받이로 젖으면
난 다시 저 하늘이 되고 싶겠지
하늘이 되어
날아도 날아도 닿을 수 없어, 눈부시기만 했던 그 하늘이
더 이상 푸르지도, 눈부시지도 않아
먹구름에 막힌 숨통을 훤히 뚫고 나오는
무지개에 눈이 다시 엎어지고
난 또 그 무지개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날거야, 당연하지
무지개가 되어
빛이 뿌리는 화려한 신비가 아기살처럼 반짝 떳다
숨 한줄기 없이 앙상한 뼈도 없이 황망히 사라지고 나면
이젠 어찌할까
무지개를 잡으려 발바닥마다 생채기가 돋고
가슴 멍울지며 쫓아다니는 저 아름다운 인간이
차라리 되고 싶어지겠지
인간이 되어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빈 창자
살아도 살아도 신음하는 빈 가슴
, 이젠 잡으면 사라지는 그 사랑이 되고 싶을 거야
사랑이 되어
사랑을 해서 사랑을 잃고 마는 이 땅 위의
그 사랑
잡아먹고서도 빈손 내미는 그 지존의 사랑을
담아둘 오장육부가 없음을
붙들어둘 불로초가 없음을
어찌하리
호흡의 마디마디를 밟고 지나가는
이 무자비한 발굽을

                                                                         2008-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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