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72
어제:
183
전체:
5,021,156

이달의 작가
조회 수 304 추천 수 19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생즉원(生卽願), 생즉원(生卽怨)


                                                                              이 월란




난 오늘 꽃이 되고 싶어
꽃이 되어
가슴 한 점 없는 빈 꽃대궁 지나
가는 꽃모가지 몇 번 흔들리고 나면
난 이제 새가 되고 싶을 거야
새가 되어
비상의 환희도 잠깐, 곤한 날개가 이슬받이로 젖으면
난 다시 저 하늘이 되고 싶겠지
하늘이 되어
날아도 날아도 닿을 수 없어, 눈부시기만 했던 그 하늘이
더 이상 푸르지도, 눈부시지도 않아
먹구름에 막힌 숨통을 훤히 뚫고 나오는
무지개에 눈이 다시 엎어지고
난 또 그 무지개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날거야, 당연하지
무지개가 되어
빛이 뿌리는 화려한 신비가 아기살처럼 반짝 떳다
숨 한줄기 없이 앙상한 뼈도 없이 황망히 사라지고 나면
이젠 어찌할까
무지개를 잡으려 발바닥마다 생채기가 돋고
가슴 멍울지며 쫓아다니는 저 아름다운 인간이
차라리 되고 싶어지겠지
인간이 되어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빈 창자
살아도 살아도 신음하는 빈 가슴
, 이젠 잡으면 사라지는 그 사랑이 되고 싶을 거야
사랑이 되어
사랑을 해서 사랑을 잃고 마는 이 땅 위의
그 사랑
잡아먹고서도 빈손 내미는 그 지존의 사랑을
담아둘 오장육부가 없음을
붙들어둘 불로초가 없음을
어찌하리
호흡의 마디마디를 밟고 지나가는
이 무자비한 발굽을

                                                                         2008-05-0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1 견공 시리즈 주말의 명화 (견공시리즈 97) 이월란 2011.04.09 408
430 제1시집 수화(手話) 이월란 2008.05.09 409
429 각주 좀 달지마라 이월란 2009.08.13 409
428 마음의 병 이월란 2010.05.18 409
427 견공 시리즈 벙어리 시인 (견공시리즈 95) 이월란 2011.04.09 409
426 사랑의 방식 이월란 2008.05.09 410
425 미자르별이 푸르게 뜨는 날 이월란 2008.05.10 410
424 귀여운 뱀파이어 이월란 2009.12.22 410
423 영문 수필 "Mental Health Care: Convincing Veterans They Need It" 이월란 2011.05.10 410
422 제2시집 넘어지는 세상 이월란 2008.05.19 411
421 이월란 2010.07.09 411
420 제1시집 탑돌이 이월란 2008.05.07 412
419 제1시집 사명(使命) 이월란 2008.05.07 412
418 울음소리 이월란 2009.02.14 412
417 영혼, 저 너머 이월란 2010.01.29 412
416 큰 바위 얼굴 이월란 2010.05.25 412
415 저격수 이월란 2010.08.22 412
414 견공 시리즈 생일카드 (견공시리즈 117) 이월란 2012.02.05 412
413 시작노트 이월란 2009.08.01 413
412 립스틱, 내가 나를 유혹하는 이월란 2009.12.22 413
Board Pagination Prev 1 ...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