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3
어제:
306
전체:
5,022,936

이달의 작가
2008.05.10 13:20

걸어다니는 옷

조회 수 272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걸어다니는 옷


                                                                       이 월란




그녀의 옷장엔 색색가지의 운명이 걸려 있어
그녀는 매일 운명을 갈아 입지
아침마다 야외 무도회에 나가듯
새로운 가면을 망토처럼 온 몸에 두르고 나간다는데
그녀가 새로운 변장을 서둘러 총총 사라지고 나면
쇠털같은 세월로 짠 쥐색 카디건
트인 앞자락에 누군가의 눈동자같은 단추가 쪼르르 눈을 감고
낙엽의 천으로 지은 바바리 서늘한 가을바람 소릴 내지
건드리면 바스라지는 노목의 진 잎처럼
추억의 조각천으로 꿰매진 자리마다
몽친 실밥덩이 애가 말라 비죽이 나와 있고
꼭 끼는 옷일수록 그녀는 차라리 편했다는데
이 넓은 세상이 꼭 끼지 않던 순간이 언제 있었냐고
저 헐렁한 지평선도 내 몸에 꼭 끼는 옷의 솔기였을 뿐
그래서 봄타듯 여기저기 늘 근질근질하였다고
봉합선이 튿어진 자리마다 낯뜨거운 맨살의 기억
씨아질 하듯 목화솜처럼 흩날리면
벽장 속에서도 혼자 노을처럼 붉어져
말코지에 걸린 모자 속엔 말간 기억도 자꾸만 좀이 쓸고
날개가 퇴화되어버린 벽어 한 마리 질긴 씨실에 갇혀 있지
널짝같은 그 옷장엔 흰 옷이 자꾸만 늘어
수의가 흰색이었지, 아마


                                                            2008-05-0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1 영시 윤동주시 번역 2 이월란 2010.06.07 490
370 영시 윤동주시 번역 3 이월란 2010.06.07 679
369 영시 윤동주시 번역 4 이월란 2010.06.07 464
368 영시 윤동주시 번역 5 이월란 2010.06.07 1087
367 영시 윤동주시 번역 6 이월란 2010.06.07 550
366 영시 윤동주시 번역 7 이월란 2010.06.07 558
365 영시 윤동주시 번역 8 이월란 2010.06.07 525
364 은혜 이월란 2008.07.17 203
363 음모(陰謀) 이월란 2008.05.08 374
362 제1시집 의족(義足) 이월란 2008.05.07 521
361 이 길 다 가고나면 이월란 2008.05.08 381
360 제3시집 이 남자 이월란 2010.01.13 400
359 제3시집 이 남자 2 이월란 2012.04.10 259
358 이 남자 3 5 이월란 2016.09.08 481
357 이드의 성(城) 이월란 2009.05.09 315
356 이름도 없이 내게 온 것들을 이월란 2008.05.10 347
355 이민 간 팔용이 이월란 2009.08.29 373
354 견공 시리즈 이별 연습(견공시리즈 86) 이월란 2010.12.14 477
353 견공 시리즈 이별공부(견공시리즈 63) 이월란 2010.05.18 425
352 이별나무 이월란 2008.09.10 259
Board Pagination Prev 1 ... 60 61 62 63 64 65 66 67 68 69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