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39
어제:
288
전체:
5,021,790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5.19 13:45

넘어지는 세상

조회 수 411 추천 수 1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넘어지는 세상



                                                                 이 월란



한 걸음으로 내려가기엔 너무 넓고
두 걸음으로 내려가기엔 너무 좁은 계단 세 개
목숨이 달린 중대한 결정도 아니라
늘 첫 계단을 내려오고서야 어중간한 폭이 눈에 들어옵니다
다음 계단을 내려 가기 전, 난 재빨리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말을 빨리 할 때 혀가 말리듯이
다음 계단을 내딛는 순간 두 발이 엉겨붙어 난 넘어졌습니다
골똘한 생각에서 마저 벗어나지 못한 뇌파가
한 걸음과 두 걸음 사이에 놓여 있을 때
벌써 성질 급한 두 발이 습관처럼 움직여버린 것입니다
높은 계단에서 하이힐이라도 신고 있었다면
발모가지 한 짝 성치 않았겠습니다


어른이 되어 넘어진다는 건 부끄러운 일입니다
엄마아아아아아
넘어져 울고 있어도 달려와 일으켜 줄 엄만 내게 없습니다
아파도 안 아픈 척 일어나야 하며
무르팍이 깨어져도 피를 닦아내고 몇 날 절뚝거리다 보면
딱지가 앉고 새살이 돋습니다


충분한 생각의 뇌파가 전달 되기도 전
습관적으로 움직이는 몸의 지체들
이렇게 혼자서도 넘어지고, 서로 걸려 또 넘어지고
온통 넘어지는 세상입니다


난 오늘도 또 혼자 넘어졌고 울지 않았습니다
이제부턴 절대 혼자선 넘어지지 말아야지
굳게 다짐하면서, 눈물 몇 방울 떨어지고야 맙니다
어른이 되어 넘어진다는 건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2008-05-19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1 견공 시리즈 주말의 명화 (견공시리즈 97) 이월란 2011.04.09 408
430 제1시집 수화(手話) 이월란 2008.05.09 409
429 각주 좀 달지마라 이월란 2009.08.13 409
428 마음의 병 이월란 2010.05.18 409
427 견공 시리즈 벙어리 시인 (견공시리즈 95) 이월란 2011.04.09 409
426 사랑의 방식 이월란 2008.05.09 410
425 미자르별이 푸르게 뜨는 날 이월란 2008.05.10 410
424 귀여운 뱀파이어 이월란 2009.12.22 410
423 영문 수필 "Mental Health Care: Convincing Veterans They Need It" 이월란 2011.05.10 410
» 제2시집 넘어지는 세상 이월란 2008.05.19 411
421 이월란 2010.07.09 411
420 제1시집 탑돌이 이월란 2008.05.07 412
419 제1시집 사명(使命) 이월란 2008.05.07 412
418 울음소리 이월란 2009.02.14 412
417 영혼, 저 너머 이월란 2010.01.29 412
416 큰 바위 얼굴 이월란 2010.05.25 412
415 저격수 이월란 2010.08.22 412
414 견공 시리즈 생일카드 (견공시리즈 117) 이월란 2012.02.05 412
413 시작노트 이월란 2009.08.01 413
412 립스틱, 내가 나를 유혹하는 이월란 2009.12.22 413
Board Pagination Prev 1 ... 57 58 59 60 61 62 63 64 65 66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