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2
어제:
353
전체:
5,022,629

이달의 작가
2008.06.05 14:17

그리움

조회 수 231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리움



                                                             이 월란



아버지
산 사람을 모두 몰아낸 지나간 집
흐미한 골목엔 언제나 적막한 뒷모습
차려드린 적 없는 기억 한 줌 언제 와 드시곤
아직 살아계시네, 걸어가시네
흑백 텔레비전 속 주인공처럼
무색 넥타이에 반고체 포마드로 넘긴 올백 머리
진한 햇살 냄새 뿌리며 나가시면
마침내 해가 뜨던 우리 집
밤새 지켜 줄 별들을 한 아름 안고 들어오시면
소반 가득 담아 오신 세상을 한 젓갈씩 받아먹고
마침내 해가 지던 우리 집
구부정한 허리에 뒷짐 지시고
일흔 해의 봄으로도 녹이지 못한 일흔 해의 잔설이
응달진 논배미같은 실루엣마다 희끗이 고여 있어
아! 저 분은 얼음조각상이야
뜨거운 입김이라도 닿으면 녹아버릴 외로운 입상
그 위에 폴짝 뛰어올라 그 따뜻한 목에 팔을 두르고
까칠한 턱수염에 입을 맞추면 녹아버리실지도 몰라
어느 한귀퉁이라도 녹아내리면 안되는
무흠한 조각상이셔야 했지
이젠 한줌의 해빙기로 하늘 품고 바다에 누우셨나
어느 번민 삭인 바다에 물억새처럼 뿌리 내리셨나
사계절 잊은 긴 모직코트 속에서 뒷모습으로 걸어가시면
홀연 해가 지던 어린 골목길
진 노을만 사는 무채색의 집으로
문패마저 생소한 그 집으로
걸어가시네, 살아계시네



                                                          2008-06-0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11 이별의 입 이월란 2009.11.03 407
1210 지지 않는 해 이월란 2010.12.14 406
1209 가벼워지기 이월란 2010.04.13 406
1208 털털교실 이월란 2010.02.21 406
1207 처녀城 이월란 2009.08.06 406
1206 차도르*를 쓴 여인 이월란 2008.05.09 406
1205 눈꽃사랑 이월란 2008.05.08 406
1204 영혼 받아쓰기 이월란 2009.09.12 406
1203 The Tide 이월란 2010.04.05 405
1202 에움길 이월란 2008.05.09 405
1201 판토마임 이월란 2008.05.08 405
1200 진짜 바람 이월란 2010.09.26 404
1199 제3시집 작은 질문, 큰 대답 이월란 2010.12.14 403
1198 영시집 A Solitary Cell 이월란 2010.03.13 403
1197 영시집 Island 2 이월란 2010.06.18 403
1196 제3시집 수선집 여자 이월란 2008.10.12 403
1195 엄만 집에 있어 이월란 2008.05.10 403
1194 쓰레기차 이월란 2010.12.14 402
1193 애설(愛雪) 이월란 2009.10.17 402
1192 견공 시리즈 꽃의 알리바이(견공시리즈 29) 이월란 2009.09.16 402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