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01
어제:
307
전체:
5,024,462

이달의 작가
2008.06.05 14:17

그리움

조회 수 231 추천 수 18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리움



                                                             이 월란



아버지
산 사람을 모두 몰아낸 지나간 집
흐미한 골목엔 언제나 적막한 뒷모습
차려드린 적 없는 기억 한 줌 언제 와 드시곤
아직 살아계시네, 걸어가시네
흑백 텔레비전 속 주인공처럼
무색 넥타이에 반고체 포마드로 넘긴 올백 머리
진한 햇살 냄새 뿌리며 나가시면
마침내 해가 뜨던 우리 집
밤새 지켜 줄 별들을 한 아름 안고 들어오시면
소반 가득 담아 오신 세상을 한 젓갈씩 받아먹고
마침내 해가 지던 우리 집
구부정한 허리에 뒷짐 지시고
일흔 해의 봄으로도 녹이지 못한 일흔 해의 잔설이
응달진 논배미같은 실루엣마다 희끗이 고여 있어
아! 저 분은 얼음조각상이야
뜨거운 입김이라도 닿으면 녹아버릴 외로운 입상
그 위에 폴짝 뛰어올라 그 따뜻한 목에 팔을 두르고
까칠한 턱수염에 입을 맞추면 녹아버리실지도 몰라
어느 한귀퉁이라도 녹아내리면 안되는
무흠한 조각상이셔야 했지
이젠 한줌의 해빙기로 하늘 품고 바다에 누우셨나
어느 번민 삭인 바다에 물억새처럼 뿌리 내리셨나
사계절 잊은 긴 모직코트 속에서 뒷모습으로 걸어가시면
홀연 해가 지던 어린 골목길
진 노을만 사는 무채색의 집으로
문패마저 생소한 그 집으로
걸어가시네, 살아계시네



                                                          2008-06-05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51 제2시집 그리움의 제국 이월란 2008.06.17 227
450 제2시집 흔들리는 집 3 이월란 2008.06.16 201
449 수신확인 이월란 2008.06.15 205
448 제2시집 포효 이월란 2008.06.13 242
447 제2시집 아침의 이별 이월란 2008.06.12 253
446 비의 목소리 이월란 2008.06.11 277
445 주머니 속의 죽음 이월란 2008.06.10 335
444 핏줄 이월란 2008.06.10 242
443 둥둥 북소리 이월란 2008.06.08 338
442 꽃, 살아있음 이월란 2008.06.07 235
» 그리움 이월란 2008.06.05 231
440 당신, 꽃이 피네 이월란 2008.06.04 270
439 제2시집 김칫독을 씻으며 이월란 2008.06.03 228
438 제2시집 외로움 벗기 이월란 2008.06.01 225
437 홈리스 (homeless) 이월란 2008.05.31 268
436 비섬 이월란 2008.05.30 283
435 제2시집 꿈꾸는 나무 이월란 2008.05.29 256
434 부음(訃音) 미팅 이월란 2008.05.28 293
433 격자무늬 선반 이월란 2008.05.27 341
432 청맹과니 이월란 2008.05.26 276
Board Pagination Prev 1 ... 56 57 58 59 60 61 62 63 64 65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