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33
어제:
353
전체:
5,022,640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6.24 13:25

목걸이

조회 수 483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목걸이


                                                                                이 월란



목이 허전해 늘 목걸이 하나 걸어 둔다
자고 나거나 반나절이 지나면
뒷목에 걸려 있어야 할 고리가 앞쪽으로 내려와 있다
생각이 가슴으로 내려가는, 바람이 스치기 좋은
육신의 가늘고도 휑한, 무방비로 노출된 몸관 한 뼘에도
그 작은 고리 하나, 줄보다 무겁다는 이유 하나로 제자리에 머물지 못한다
삶의 중력은 이리도 세세히 목전에 있다는 것
작은 펜던트 옆으로 바싹 다가와 쳐져 버린 고리를 목 뒤로 돌려 놓는다
차끈하다
체온에서 손곱만큼 떨어져 있던 반나절이 차갑다
목덜미에 걸쳐 놓은 습관같은 일상도 내게서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다가
몸의 일부처럼 다시 바싹 갖다 붙여지는 것들은 무엇이든 조금씩
차가움이다, 신선함이다, 미세한 서늘함이다
손때 묻히며 나의 체온으로 돌아온 그 사소한 무게의 흐름
손 없이도 저절로 내려와 눈 앞에 드리워지는
질점으로 몰려드는 자잘한 삶의 하중을
금가루처럼 미세한 심상들이 옮겨다니는 세상맛은
때론 하루의 근기처럼 작은 목걸이의 고리 하나로도 느끼게 한다
마음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린 세미한 심기 하나
냉혹한 기운으로 나를 투영해버린 거울 앞에서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는다

                                                                             2008-06-2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1 어제는 자유 이월란 2010.10.29 516
470 어항 이월란 2008.05.07 509
469 언니 이월란 2021.08.16 110
468 제3시집 언다큐멘티드 에일리언 이월란 2012.08.17 473
467 언약 이월란 2008.05.10 244
466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465 견공 시리즈 엄마 엄마 나 죽거든 (견공시리즈 119) 이월란 2012.04.10 442
464 엄마는 생각 중 이월란 2009.04.07 263
463 엄만 집에 있어 이월란 2008.05.10 403
462 이월란 2009.11.25 376
461 엉기지 말라 그랬지 이월란 2009.02.14 292
460 에어 프랑스 AF #447 이월란 2009.08.13 451
459 에움길 이월란 2008.05.09 405
458 견공 시리즈 엘리와 토비(견공시리즈 87) 이월란 2010.12.26 434
457 여기는 D.M.Z. 이월란 2008.11.02 274
456 제2시집 여든 여섯 해 이월란 2008.05.10 303
455 여름산 이월란 2010.08.22 477
454 여보, 눈 열어 이월란 2012.05.19 365
453 여행 이월란 2008.05.10 204
452 여행, 일탈을 맛보다 이월란 2008.05.07 502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