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58
어제:
184
전체:
5,020,683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6.24 13:25

목걸이

조회 수 483 추천 수 24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목걸이


                                                                                이 월란



목이 허전해 늘 목걸이 하나 걸어 둔다
자고 나거나 반나절이 지나면
뒷목에 걸려 있어야 할 고리가 앞쪽으로 내려와 있다
생각이 가슴으로 내려가는, 바람이 스치기 좋은
육신의 가늘고도 휑한, 무방비로 노출된 몸관 한 뼘에도
그 작은 고리 하나, 줄보다 무겁다는 이유 하나로 제자리에 머물지 못한다
삶의 중력은 이리도 세세히 목전에 있다는 것
작은 펜던트 옆으로 바싹 다가와 쳐져 버린 고리를 목 뒤로 돌려 놓는다
차끈하다
체온에서 손곱만큼 떨어져 있던 반나절이 차갑다
목덜미에 걸쳐 놓은 습관같은 일상도 내게서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다가
몸의 일부처럼 다시 바싹 갖다 붙여지는 것들은 무엇이든 조금씩
차가움이다, 신선함이다, 미세한 서늘함이다
손때 묻히며 나의 체온으로 돌아온 그 사소한 무게의 흐름
손 없이도 저절로 내려와 눈 앞에 드리워지는
질점으로 몰려드는 자잘한 삶의 하중을
금가루처럼 미세한 심상들이 옮겨다니는 세상맛은
때론 하루의 근기처럼 작은 목걸이의 고리 하나로도 느끼게 한다
마음의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린 세미한 심기 하나
냉혹한 기운으로 나를 투영해버린 거울 앞에서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는다

                                                                             2008-06-23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91 제2시집 그곳엔 장마 이월란 2008.06.18 241
1190 P.T.O. 이월란 2008.06.19 211
1189 이월란 2008.06.20 195
1188 제2시집 비손 이월란 2008.06.21 205
» 제2시집 목걸이 이월란 2008.06.24 483
1186 나에게 말 걸기 이월란 2008.06.24 298
1185 Soap Opera* 증후군 이월란 2008.06.25 231
1184 제2시집 노을 2 이월란 2008.06.26 204
1183 우리, 언제부터 이월란 2008.07.01 330
1182 그리고 또 여름 이월란 2008.07.02 250
1181 제2시집 붉은 남자 이월란 2008.07.04 352
1180 제2시집 추월 이월란 2008.07.05 214
1179 새벽기도 이월란 2008.07.06 207
1178 빗물 이월란 2008.07.07 197
1177 제2시집 부메랑 이월란 2008.07.11 253
1176 제2시집 홍하(紅霞)의 해빈 이월란 2008.07.08 335
1175 가지치기 이월란 2008.07.13 220
1174 제2시집 군중 속에서 이월란 2008.07.14 264
1173 창 밖에 꽃이 이월란 2008.07.15 228
1172 제2시집 로란 (LORAN) 이월란 2008.07.16 263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