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1
어제:
171
전체:
5,030,687

이달의 작가
2008.07.02 13:46

그리고 또 여름

조회 수 250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리고 또 여름


                                                        이 월란
  



사금파리 햇살 부서지는 빛의 처녀림
사하라의 성벽마다 파라오의 시녀같은 계집아이들
비치파라솔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팔고
염천의 세포마다 일도 화상의 물집을 짓는
빛의 루머를 따라 물찬 제비처럼 날아오르는 여름
모피를 벗어 던진 여름의 귀족들마저
수치를 몰랐던 최초의 인간을 꿈꾸며
달아오른 지구의 가슴에 남은 옷을 벗어 던지고
파피루스에 새겨진 상형문자 같은 해 아래
초록빛의 정글 속, 열병을 치러내는 일인용 침상들
암초같은 몸뚱이마다 여생의 빛줄기는
해초다발처럼 질기고
아, 저 뜨거운 빛의 발원지는 너의 가슴이었음을
동명이인같은 이 생소한 여름은 이제 잊었나
마비된 바람 한 점 쓸쓸한 것들의 묵언처럼
갈잎으로 떨어져 내리고, 빛그물 아래
레몬수에 노랗게 물든 병아리같은 계집애들만 여름을
콕콕 쪼아대는데 바람도 달아오른 뜨거운 길
가을을 수태하고 석달 열흘 솟아오를, 백일몽같은
여름의 배퉁이를 싣고
실로폰 소리 흩날리는 아이스크림 차 한 대
열병에 부름받은 구급차처럼 지나간다


                                                  2008-07-0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11 햇살 무작한 날엔 이월란 2008.05.09 273
1210 실내화 이월란 2008.05.09 273
1209 산불 이월란 2008.08.27 273
1208 흔들리는 집 5 이월란 2008.11.12 273
1207 스팸메일 이월란 2009.01.07 273
1206 출처 이월란 2009.04.21 273
1205 영시집 Pangaea 이월란 2012.02.05 273
1204 눈길(雪路) 이월란 2008.05.10 274
1203 여기는 D.M.Z. 이월란 2008.11.02 274
1202 지우개밥 이월란 2008.12.02 274
1201 충전 이월란 2008.12.19 274
1200 CF* 단상 이월란 2009.01.15 274
1199 시집살이 이월란 2009.04.05 274
1198 춤추는 가라지 이월란 2009.04.09 274
1197 빛꽃 이월란 2009.08.01 274
1196 폭풍 모라꼿 이월란 2009.08.06 274
1195 견공 시리즈 숨바꼭질(견공시리즈 41) 이월란 2009.10.14 274
1194 그냥 두세요 이월란 2008.05.09 275
1193 철새는 날아가고 이월란 2008.05.10 275
1192 바람의 교주 이월란 2009.10.24 275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