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05
어제:
307
전체:
5,024,566

이달의 작가
2008.07.02 13:46

그리고 또 여름

조회 수 250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리고 또 여름


                                                        이 월란
  



사금파리 햇살 부서지는 빛의 처녀림
사하라의 성벽마다 파라오의 시녀같은 계집아이들
비치파라솔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팔고
염천의 세포마다 일도 화상의 물집을 짓는
빛의 루머를 따라 물찬 제비처럼 날아오르는 여름
모피를 벗어 던진 여름의 귀족들마저
수치를 몰랐던 최초의 인간을 꿈꾸며
달아오른 지구의 가슴에 남은 옷을 벗어 던지고
파피루스에 새겨진 상형문자 같은 해 아래
초록빛의 정글 속, 열병을 치러내는 일인용 침상들
암초같은 몸뚱이마다 여생의 빛줄기는
해초다발처럼 질기고
아, 저 뜨거운 빛의 발원지는 너의 가슴이었음을
동명이인같은 이 생소한 여름은 이제 잊었나
마비된 바람 한 점 쓸쓸한 것들의 묵언처럼
갈잎으로 떨어져 내리고, 빛그물 아래
레몬수에 노랗게 물든 병아리같은 계집애들만 여름을
콕콕 쪼아대는데 바람도 달아오른 뜨거운 길
가을을 수태하고 석달 열흘 솟아오를, 백일몽같은
여름의 배퉁이를 싣고
실로폰 소리 흩날리는 아이스크림 차 한 대
열병에 부름받은 구급차처럼 지나간다


                                                  2008-07-0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1 어제는 자유 이월란 2010.10.29 516
470 어항 이월란 2008.05.07 509
469 언니 이월란 2021.08.16 110
468 제3시집 언다큐멘티드 에일리언 이월란 2012.08.17 473
467 언약 이월란 2008.05.10 244
466 제3시집 언어의 섬 이월란 2010.02.21 470
465 견공 시리즈 엄마 엄마 나 죽거든 (견공시리즈 119) 이월란 2012.04.10 442
464 엄마는 생각 중 이월란 2009.04.07 263
463 엄만 집에 있어 이월란 2008.05.10 403
462 이월란 2009.11.25 376
461 엉기지 말라 그랬지 이월란 2009.02.14 292
460 에어 프랑스 AF #447 이월란 2009.08.13 451
459 에움길 이월란 2008.05.09 405
458 견공 시리즈 엘리와 토비(견공시리즈 87) 이월란 2010.12.26 434
457 여기는 D.M.Z. 이월란 2008.11.02 274
456 제2시집 여든 여섯 해 이월란 2008.05.10 303
455 여름산 이월란 2010.08.22 477
454 여보, 눈 열어 이월란 2012.05.19 365
453 여행 이월란 2008.05.10 204
452 여행, 일탈을 맛보다 이월란 2008.05.07 502
Board Pagination Prev 1 ... 55 56 57 58 59 60 61 62 63 64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