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44
어제:
307
전체:
5,024,605

이달의 작가
2008.07.02 13:46

그리고 또 여름

조회 수 250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리고 또 여름


                                                        이 월란
  



사금파리 햇살 부서지는 빛의 처녀림
사하라의 성벽마다 파라오의 시녀같은 계집아이들
비치파라솔 아래서 레모네이드를 팔고
염천의 세포마다 일도 화상의 물집을 짓는
빛의 루머를 따라 물찬 제비처럼 날아오르는 여름
모피를 벗어 던진 여름의 귀족들마저
수치를 몰랐던 최초의 인간을 꿈꾸며
달아오른 지구의 가슴에 남은 옷을 벗어 던지고
파피루스에 새겨진 상형문자 같은 해 아래
초록빛의 정글 속, 열병을 치러내는 일인용 침상들
암초같은 몸뚱이마다 여생의 빛줄기는
해초다발처럼 질기고
아, 저 뜨거운 빛의 발원지는 너의 가슴이었음을
동명이인같은 이 생소한 여름은 이제 잊었나
마비된 바람 한 점 쓸쓸한 것들의 묵언처럼
갈잎으로 떨어져 내리고, 빛그물 아래
레몬수에 노랗게 물든 병아리같은 계집애들만 여름을
콕콕 쪼아대는데 바람도 달아오른 뜨거운 길
가을을 수태하고 석달 열흘 솟아오를, 백일몽같은
여름의 배퉁이를 싣고
실로폰 소리 흩날리는 아이스크림 차 한 대
열병에 부름받은 구급차처럼 지나간다


                                                  2008-07-0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11 영문 수필 "Letting Go" 이월란 2011.03.18 326
1210 영문 수필 Mortal Gods 이월란 2011.03.18 415
1209 제3시집 감염자 이월란 2011.01.30 441
1208 제3시집 화성인 이월란 2011.01.30 440
1207 관계 이월란 2011.01.30 495
1206 수신자 불명 이월란 2011.01.30 627
1205 질투 2 이월란 2011.01.30 450
1204 기우杞憂 이월란 2011.01.30 498
1203 바이바이 스노우맨 이월란 2011.01.30 446
1202 견공 시리즈 날아라 엘리(견공시리즈 89) 이월란 2011.01.30 490
1201 견공 시리즈 보이지 않는 얼굴(견공시리즈 88) 이월란 2011.01.30 395
1200 영문 수필 Do Memoirs Have to Be True? 이월란 2011.01.30 433
1199 영문 수필 Shitty First Drafts 이월란 2011.01.30 14748
1198 스키드 마크 이월란 2010.12.26 676
1197 自慰 또는 自衞 이월란 2010.12.26 453
1196 폐경 이월란 2010.12.26 459
1195 투어가이 이월란 2010.12.26 442
1194 한파 이월란 2010.12.26 385
1193 세모의 꿈 이월란 2010.12.26 575
1192 영혼 카드 이월란 2010.12.26 407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