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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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7.16 14:30

로란 (LO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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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란 (LORAN)*


                                                                                                                        이 월란




태초의 나신으로 윤회 중이에요. 깜빡 서늘한 파도가 되어 나를 바수다가 하늘의 전언들이 포말처럼 눈부셔 정신을 놓고 잠수도 했어요. 물독이 올라 짭짤해진 몸이 돌연 촉수를 뻗어 나를 감지하려 했구요. 흔적을 수신한 푸른 보고(寶庫) 가득 수초들이 길을 알려주었어요. 얼레빗 같은 운명의 손이 긁고 지나간 자리마다 짭조름한 바닷물에 불에 데인 듯 쓰려요.



가위눌린 목숨줄을 걷어 올려 닻을 올렸지요. 난파선들은 자꾸만 떠내려 가는데 나락과 극락, 두 개의 무선국에서 수시로 전파가 밀려와요. 천상의 메신저, 세속의 최면에서 깨어난 혼이 푸른 능선 아래 인화되고 있고요. GPS가 장착된 뗏목 위에서 모로스 부호를 띄우죠. 똑똑 또도독 똑똑. 아직 난 살아 있다네요. 두근두근 생의 멀미를 꿀꺽 삼키고도 두려워라, 질탕한 자유의 오독, 서글퍼라, 눈멀어 가난해진 마음.



홀로 배 띄운 노옹의 카누같은 여정이에요. 헤매는 망망대해 위에서 단파와 중파를 엮어 계산 중입니다. 기묘한 물춤같은 삶의 비천무, 해면 위에 공중누각을 짓는 무도의 가락이 춤을 추네요. 지워진 뱃길 위로 오늘도 재갈매기 한 마리, 떠나는 조문객처럼 소복차림으로 하얗게 함부로 날아 오르죠.

                                                                                                                     2008-07-16





* 로란 (LORAN) :『장거리 항법에 사용하는 배․항공기의 자기 위치 측정장치』
[long range navigation]ꃃ〖전기〗전파를 이용하여 선박‧항공기의 위치나 항로를 찾는 장치. 또는 그런 장치를 이용한 항해법. 충분한 거리를 두고 동시에 주파수가 같은 중파 또는 단파를 발사하는 두 곳의 발신국을 설정하여 놓고, 항공기 또는 선박이 두 발신국의 전파를 수신하여 그 도달 시간의 차이에 의하여 위치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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