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란의 문학서재






오늘:
223
어제:
265
전체:
5,022,477

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7.22 12:57

실종

조회 수 238 추천 수 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실종



                                                                                                                                  
이 월란



허공의 비탈은 가파르다. 무엇인가 추락하고 있다. 대기층은 먹구름에 포위 당했고 늘 습한 곳만 찾아다니던 마음이 되려 빛이 되고픈 석음(夕陰) 같은 이 아침. 세상은 눅눅히 곰팡이 꽃만 피워도 비는 오지 않을 것이다. 건기의 사막은 비를 감당해 내지 못한다. 익사를 당하고 말 것이다. 실종 되고 말 것이다. 실종된 사막 위에서 사보텐의 가시들은 다시 잎이 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리고 쉽게 돌아 선다. 실종신고는 거의 해결 되지 못할 골칫거리 일 뿐. 백야(白夜)같은 이 흐림의 실체. 박명의 거리에서 마침내 잎이 될 가느다란 가시 위에 잎무늬를 새긴다. 해는 행려의 목덜미를 낚아채는 서늘한 기운 뒤에서 칩거 중이다. 습한 오한이 는개처럼 밀려오면 씻겨내리지 못하는 세월의 잔재들이 어디 이것들 뿐이랴. 물냄새가 피어 오른다. 불꽃같은 기적의 심지들이 심어진 멧갓에는 벌목꾼들이 숨어 있다. 성체같은 사람들은 빛의 전령RNA처럼 경전을 외우고 선한 눈빛으로 천국열쇠의 각을 뜨고 있다. 우울과 절망의 경계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 만큼이나 가깝다. 환청 같은 빗소리 국경을 넘었고 사막은 실종되고 있다.  

                                                                                                                                
2008-07-22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51 시야(視野) 이월란 2008.09.04 246
550 시작노트 이월란 2009.08.01 413
549 시제(時制) 없음 이월란 2009.05.04 282
548 시집살이 이월란 2009.04.05 274
547 시차(時差) 이월란 2008.05.10 323
546 시체놀이 이월란 2011.05.31 326
545 시한부 이월란 2009.09.04 338
544 식기 세척기 이월란 2010.06.12 435
543 식물인간 이월란 2013.05.24 335
542 식상해질 때도 된, 하지만 내겐 더욱 절실해지기만 하는 오늘도 이월란 2008.05.10 301
541 신비로운 공식 이월란 2008.11.06 217
540 제1시집 실낙원 이월란 2008.05.09 359
539 실내화 이월란 2008.05.09 273
538 실비아, 살아있는 이월란 2010.01.04 344
» 제2시집 실종 이월란 2008.07.22 238
536 실종 2 이월란 2008.07.25 234
535 심문 이월란 2008.10.18 239
534 제1시집 심발지진 이월란 2008.05.09 321
533 견공 시리즈 쓰다듬기(견공시리즈 113) 이월란 2011.12.14 289
532 쓰레기차 이월란 2010.12.14 402
Board Pagination Prev 1 ...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 83 Next
/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