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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제2시집
2008.07.24 11:34

카시오페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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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이아


                                                                                                                    이 월란





배급 받은 언어로는 늘 허기가 졌다. 사랑 위엔  또 다른 사랑이 있어 닿을 수 없었고, 그리움 속엔 또 다른 그리움이 있어 들여다 볼 수 없었고, 외로움 옆엔 또 다른 외로움이 있어 아직도 다 안아보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고압전류가 나를 뇌사 시키기도, 부활 시키기도 했다. 모운(母音)으로도 부음(父音)으로도 결합되지 못하고 용해되어 바로 체액이 되어 버리는 익명의 전파가 종종 오는 것은 빼앗긴 낙원의 언어가 화석처럼 피하에 새겨져 있기 때문인지도, 추방 당한 에덴의 멜로디가 오감 속에 흐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하고 또 해도 허탈해지는 우리들의 말, 아끼고 또 아껴도 가난해지는 너와 나의 언어. 고통을 식별하는 장치는 오늘도 너무 헤프게 작동하고 있다. 우린 지상을 너머 태초부터 영원까지 천구 끝 N극의 별이었는지도 모른다. 허탄한 말의 종이 되어 언어의 변태를 꿈꾸어도, 꿈으로 가는 경로가 핏줄 사이마다 숨겨져 있어도, 밤의 선로 위에선 붉은 입술 들에게서 버려진 언어들이 한뎃잠을 자는 것을, 무심히 흘리고 다니던 말들이 금간 돌개루 사이마다 잡풀로 돋아 있는 것을, 발병난 항간의 언어들이 다홍천의 명정(銘旌)처럼 거리마다 나부끼고 있는 것을, 진노의 별이 된 우리들은 몰라야 한다. 칠흑 같은 밤하늘 아래 그저 깜빡, 깜빡, 오늘도 안타까워야 한다.

                                                                                                            2008-07-24




* 카시오페이아(Cassiopeia)
ꃃ〖문학〗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에티오피아의 왕 케페우스의 비(妃). 자기의 미모를 자랑하다가 해신(海神) 포세이돈의 노여움을 사서 딸 안드로메다를 해신에게 바쳤으며, 하늘에 옮겨져 별자리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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